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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신수정]한국에서 유난히 인색한 외국계 기업들의 사회 기여

입력 | 2024-11-26 23:12:00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올해 경기 불황 속에서도 일부 외국계 유통·명품 업체들은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은 2186억 원으로 지난 회계연도 대비 15.8% 늘었다. 해당 기간 매출은 6조5301억 원이다. 고물가 속에 대용량 묶음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형 마트의 장점이 부각된 덕이다. 코스트코코리아가 올해 미국 본사로 보낼 배당 예정액은 약 150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 수준이다.

막대한 배당액과 달리 코스트코코리아의 올해 기부액은 12억2000만 원에 불과하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0.8% 규모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스트코코리아는 경쟁사에 비해 고용 규모도 크지 않다. 임직원 수는 7351명으로 코스트코와 연매출 규모가 비슷한 홈플러스(1만9795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에서의 행보를 보면 코스트코는 사회적 책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기업으로 보이지만 미국에선 사뭇 다르다. 코스트코가 발표한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에 다양한 자선 프로그램과 보조금을 통해 수백 개의 단체에 7500만 달러(약 105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코스트코는 장학금 기금을 조성해 지난해만 1000만 달러(약 140억 원)가량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원했다.

1998년 한국에 진출한 코스트코가 현재 운영하는 국내 매장 수는 19개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영국에 이어 전 세계 6번째 규모다. 본사가 있는 미국 내 사회공헌 활동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현재의 기부액이 초라해 보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명품 업체들의 인색한 기부 행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1조 원 클럽’에 처음 이름을 올린 프랑스 브랜드 디올의 국내 기부금은 1920만 원이다. 1조6511억 원의 매출을 올린 루이뷔통은 국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을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았다. 이들도 본국에서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루이뷔통이 속해 있는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는 2019년 화재로 불탄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에 2억 유로(약 2936억 원)를 기부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법적인 의무사항은 아니다. 법을 준수하며 해외에서 번 돈을 본사로 보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기업 활동을 비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요즘, 한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도 기부에 유난히 인색한 외국계 기업들을 보면 씁쓸한 생각이 든다.

코스트코와 명품 업체들의 쥐꼬리 기부액의 근간에는 ‘한국 소비자들은 어쨌든 우리 제품을 좋아한다’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역사회에서 얻은 수익을 지역 성장에 다시 보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들이 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