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KRCA 우수보고서 10년 연속 수상한 KCC, 명예의 전당 헌정 KCC 정재훈 사장-포스코인터내셔널 이계인 사장 최고경영자 선정
반면 일각에서는 ESG 백래시(추세에 대한 반발 심리) 현상이 일어나며 ESG의 정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는 ESG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기에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SG는 산업화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이름으로 이어지고 또 발전해 온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ESG 규제와 지속가능성 공시 요구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의 ESG 규제는 연성 규범에서 법제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등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ESG 정보 공시 요구는 개별 기업을 넘어 종속 기업과 공급망 등까지로 보고 범위가 확대되고 기후변화·생물다양성 등 특정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별도의 고도화된 정보 공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 기업은 ESG 경영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매년 증가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규모와 더불어 기후변화, 인권 등 특정 이슈에 대한 ESG 경영 성과를 담은 특별 보고서를 공시하는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ESG 경영에 대한 인식 수준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적 영향을 크게 고려하는 ‘그린슈머’, 스스로가 지향하는 가치관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 등의 등장이 이를 대변한다. 이처럼 ESG 경영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해관계자의 요구는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이기에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끌어내고 소통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해관계자가 선정한 올해의 이슈
‘경영투명성’이 압도적
한국표준협회에서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주주 및 투자자,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등 대규모 이해관계자가 직접 참여하는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SI)’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KS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는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7대 핵심 주제인 △조직 거버넌스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 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 및 40개 하위 이슈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 및 기업(기관)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조사하는 모델이다.
2024년 KSI 조사 결과 전체 산업의 KSI는 47.10으로 전년(45.04)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이해관계자 그룹별로는 주주 및 투자자 그룹의 KSI가 47.31로 가장 높은 반면 지역사회 주민 그룹의 KSI는 45.35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산업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전 산업의 KSI가 58.42로 가장 높았으며 생활용품 산업(54.60)이 그 뒤를 이었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유한킴벌리(60.74), SK이노베이션(58.48), CJ제일제당(56.84), 공공부문에서는 국립생태원(51.56), 인천국제공항공사(48.79), 여수광양항만공사(48.44)의 KSI가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되었으며, 총 20개 기업(기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중 교보생명, 신한카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각 산업별 15년 연속 1위에 선정되며 오랜 기간 지속가능 경영 성과와 노력을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특히 KSI 각 산업별 1위 기업으로 이끈 탁월한 ESG 경영 리더십에 대해 수여하는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최고경영자상’ 수상의 영예는 KCC 정재훈 대표이사 사장(건축자재 부문), 포스코인터내셔널 이계인 대표이사 사장(종합상사 부문)에게 돌아갔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
한국표준협회는 2008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KRCA는 대규모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ESG 정보 공시 가이드라인인 GRI의 8대 보고 원칙 △정확성 △균형 △명확성 △비교 가능성 △완전성 △지속가능성 맥락 △적시성 △검증 가능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보고 품질을 조사하는 모델로 해당 기간 국내 기업(기관)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조사 대상으로 한다.
올해 KRCA 조사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국내 기업(기관)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 415개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총 4707표본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대상 보고서 발간 건수를 살펴보면 2023 KRCA 조사 대상 보고서(총 362개) 대비 53개(약 14.6%) 증가했다. 특히 ESG 정보 공시를 시급하게 요구받는 상장사가 전년 대비 36개(약 14.2%) 증가했고 산업별로는 제조업의 보고서 수가 전년 대비 약 23.1%(36개)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표준협회는 매년 KRCA 조사 대상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 팩트북에 담아내고 있는데 올해는 보고서의 발간 시기가 상반기에 더욱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체 조사 대상 보고서 415개 중 약 81.2%에 달하는 337개의 보고서가 2024년 상반기에 집중 발간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전년 동 기간(362개 중 270개, 약 74.6%) 대비 67개, 6.6%p 증가한 수치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ESG 정보 공시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ESG 평가 등 대내외 환경 변화와 ESG 정보를 적시에 제공받기 원하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검증 현황을 살펴보면 380개(약 91.6%)의 보고서가 독립된 제3자 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글로벌 ESG 정보 공시 가이드라인의 요구 사항 준수 여부와 정보의 신뢰성 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ESG 정보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는 GRI가 약 94.5%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SASB(약 69.4%)와 TCFD(약 52.5%)가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의 공시 표준인 ESRS, ISSB 반영 여부와 이중 중대성 평가 및 보고 범위 확대 등 ESG 정보 공시 트렌드와 관련한 내용도 팩트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