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장관직 물망 인물들에… “발탁 힘써줄게” 금품수수 의혹 경제 투톱 내정 베센트-러트닉은… 상대 험담 이유로 욕설 전화까지 트럼프 “나 외에는 지명 약속 못해”… 이너서클 알력 격화에 칼 빼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5일 대선 승리 후 23일까지 불과 18일 만에 장관급 인사 15명 등을 포함한 수십 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그가 유례없는 ‘초고속 인선’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당선인 측 ‘이너서클’(내부 핵심 인사)의 알력 다툼 또한 격화했다.
특히 그의 오랜 참모인 보리스 엡스타인 전 법률고문은 주요 장관직 인선 전 물망에 오른 후보들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발탁될 수 있도록 도울 테니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사사건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그와 재무장관직을 두고 겨뤘던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CEO 겸 상무장관 내정자는 서로 욕설이 섞인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돈 요구’ 엡스타인에게 머스크 불만
미 워싱턴 정가 소식을 다루는 보수매체 ‘저스트더뉴스’는 25일 엡스타인이 대선 전부터 장관직 등을 노리는 유명인에게 접근해 인선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대가로 월 1만∼1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만큼 장관에 인선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당선인은 캠프 법무팀에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엡스타인이 접촉한 인물 중에는 재무장관에 지명된 베센트도 포함됐다. 엡스타인은 올 2월 베센트 창업자가 재무장관직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났다. 당시 베센트에게 ‘매달 3만∼4만 달러를 주면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신을 홍보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베센트 측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알려진 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도 잇따라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머스크는 엡스타인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트럼프 2기 인사 중 가장 먼저 자진 사퇴한 맷 게이츠 전 법무장관 지명자를 엡스타인이 추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인준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왜 추천했느냐는 취지다. 트럼프 당선인 캠프 관계자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엡스타인에게 항의를 했다”고 CNN에 전했다.
베센트와 러트닉 또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24일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러트닉은 베센트가 재무장관직에 유력해지자 그가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의 측근이며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력 등을 거론하며 경쟁자를 깎아내렸다.
이에 베센트 또한 러트닉과의 통화에서 “꺼져(F××× you)”라고 원색적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투 톱’이라는 점 때문에 국정 운영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차기 행정부 주요 인사 간의 내분에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 수습에 나섰다. 그는 저스트더뉴스에 “나 외에는 아무도 특정 직책에 대한 지명을 약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는 행동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며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스티븐 청 트럼프 당선인 캠프 대변인 역시 측근 간 내분설을 부인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돕기 위해 함께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