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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청소하며 세상 밝히던 70대, 생명 나누고 하늘로

입력 | 2024-11-27 09:35:00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집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여성이 뇌사장기기증으로 타인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0월 30일 고대안암병원에서 안명옥 씨(70)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27일 밝혔다.

안 씨는 지난 7월 1일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점차 몸 상태가 안 좋아지다가 10월 13일 뇌사추정상태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가족들이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하면서 안 씨는 간장을 기증해 1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안 씨는 2021년에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했고, 삶의 끝에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떠나고 싶다고 가족에게 이야기했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그 약속을 이뤄주고자 기증을 결심했으며,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했던 말을 지켜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전북 정읍에서 8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안 씨는 내향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사람을 대할 때는 진심을 다했고 작고 약한 동물을 보면 안쓰러워하는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재봉사로 일했고, 최근까지는 건물 청소 일을 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보람을 느끼며 성실히 일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 한 번 찾지 않고, 언제나 쉬지 않고 움직이며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가족을 보살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안 씨의 아들 송진용 씨는 “어머니 시대 때는 다들 고생했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누구보다 더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고 돌봐주셨어요. 고생만 하시고 떠나신 거 같아서 더 아쉽고 안타까워요. 어머니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살고 싶었는데, 저는 어머니 때문에 살았고 지금도 어머니만 생각나네요. 어머니 고맙고 사랑해요”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