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번엔 탈 수 있나”…차 거북이걸음 “30분 더 걸려”
서울 전역에 폭설주의보가 내려진 27일 오전 8시 5분쯤 서울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독자제공)
눈이 너무 많이 와서 40분 일찍 나왔어요
예상 밖 폭설에 직장인들이 ‘출근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하철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2~3대를 보낸 이후에야 탑승할 수 있었고 도로 위 차들은 빙판길에 속도를 내지 못해 거북이걸음을 이어갔다. 인도에도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시민들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27일 오전 7시 30분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다소 이른 출근길이지만 현장엔 목도리, 장갑 등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잠실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A 씨(25)는 “첫눈이 이렇게 폭설로 내릴 줄 몰랐다”며 “아침에 눈 온 거 보고 놀라서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붐비면 더워서 패딩 대신 코트를 입었다”고 했다.
수도권과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대설 특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4.11.27 뉴스1
서울 여의도역에서 성남 분당 신도시로 출근하는 장 모 씨(34)는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나왔는데도 사람이 너무 몰려 열차를 한 대 보내고 겨우 탔다”며 “직장동료 중엔 지금 역에 사람이 몰려 아직 전철을 타지도 못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엔 여의도역, 강남역 등 주요 지하철역에 사람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경기 성남에서 왔다는 김 모 씨(75)는 “동생 집에 가려고 나섰는데 길이 엄청 미끄러워서 조심히 왔다”며 “저녁에 길이 얼면 더 미끄러울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왕십리역으로 향하던 직장인 이 모 씨(34)는 “평소보다 5~10분 정도는 더 밀리는 것 같다”며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렀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으로 출근하는 50대 직장인 B 씨는 “차들이 속도를 못 내서 평소보다 30분 더 걸렸다”며 “눈 예보에 서둘러 나왔는데도 지각할 거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기준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에 5~15㎝(많은 곳 20㎝ 이상)의 적설량이 예상된다며 대설 주의보를 발령했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특히 노원구와 성북구 등 서울 동북권역엔 대설주의보가 대설 경보로 변경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짐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발령하고 인왕산로, 북악산로, 삼청동길, 와룡공원길 도로 4곳을 통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