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1.15.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상 보조금 지급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시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 전까지 보조금 최종 계약을 맺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물밑 협상 중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전면 재검토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까지 언급되자 국내 반도체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3.43%, SK하이닉스는 4.97% 하락 마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막판 계약 조사할 것” 경고
라마스와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의 인터뷰 기사를 X에 공유하며 “그들은 정권 교체 전에 지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매우 부적절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러먼도 장관은 관련 인터뷰에서 “대규모, 선도 기업과 관련한 모든 (지원) 발표를 마치고 싶다. 우리 임기 동안 거의 모든 자금을 못 박는 게 목표”라며 “칩스법은 국가 안보 프로젝트이고 여전히 양당 모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차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러몬드 장관은 칩스법 집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직원들에게 주말에도 일할 것을 지시했고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직접 전화해 협상을 서두르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강하게 비판하며 차기 행정부가 일일이 따져보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트럼프에 낀 9.5조 보조금
반도체 보조금을 두고 미국의 현재와 미래 권력이 맞붙으면서 새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야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곤혹스런 처지다.
삼성전자(64억 달러·8조9300억 원)와 SK하이닉스(4억5000만 달러·6300억 원), 마이크론(61억 달러)은 보조금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최종 계약을 앞두고 최종 협상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최종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고 세부 조율을 거쳐 조만간 발표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DOGE가 최종 계약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것을 시사한 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러몬도 장관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보조금을 다시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양당 모두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에 근거한 보조금이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을 통해 예상치 못한 규제를 가할 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