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계 제설제, 포트홀 비롯해 철제구조물 부식 유발 대안은 친환경 제설제…상대적 고비용에 사용엔 고심 폭설마다 뿌리지만…두 얼굴의 염화칼슘 대안 찾아야
눈이 내리는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거리에서 제설차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다. 2023.12.19. 뉴시스
평년보다 늦게 찾아온 첫눈이 폭설 수준으로 쏟아진 가운데 염화칼슘 등 제설제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효과는 탁월하지만 염화칼슘이 눈과 도로까지 가리지 않고 녹여버리는 탓이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지역의 제설제 사용량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제설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겨울(2023년 11월~2024년 3월) 서울에서만 제설제 6만1800t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9년 겨울 같은 기간 뿌린 양(1만462t)보다 6배 가량 많다.
제설제는 흔히 중국산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공업용 소금)을 섞어 쓰거나 각각 단독으로 사용된다. 제설효과가 뛰어나지만 이들이 가진 강한 염분이 차량과 철제구조물 등의 부식을 유발하고 도로변 토양 수분을 빨아들여 가로수를 고사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4월 붕괴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도 제설제(염화칼슘)로 인한 부식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다리 사이 틈으로 물과 제설용 염화칼슘이 스며들어 철근이 녹슬게 되면 부피가 팽창하는 데 그때 이를 감싸던 콘크리트는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설제 부작용을 고려해 남용을 줄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염화물계 제설제가 ▲교량·차량 부식 ▲생태계 오염원 제공 ▲식물 생장에 악영향 등 문제점이 뚜렷한 탓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지금 제설제에 대한 규제를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 제설제로 인한 환경문제를 인식한 뒤 하천 옆 도로에 수로를 만들어 하천에 직접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제설제에서 나오는 성분은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유기물이 아닌 무기물”이라며 “염화칼슘 등 기타 부산물이 사람 호흡기에 들어가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염분이 적은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권고하지만, 지자체는 제설 작업에서 염화칼슘의 효용성과 경제적인 이유로 살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제설작업이 조금이라도 지체되거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에 효과가 인증된 염화칼슘 외의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내년 3월 사용할 제설제 7만7000여t을 확보해 두고 있다. 하지만 전체 비축량 가운데 친환경 제설제 비중은 22%에 그친다. 이와 동시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장려하며 도로에 열선을 까는 스마트 도로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제설제 보급과 도로 열선 모두 경제성에 발목을 잡혀 전국적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열선 설치에 드는 비용은 100m당 1억원 수준으로 전기료와 통신비 등 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이어 “남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 제설제 사용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오늘 같이 눈이 많이 온 날 아침에 출근할 때 교통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한 명의 죽음으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도 했다.
이날 서울에는 16.5㎝에 달하는 눈이 쌓여 1907년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서울의 11월 일최심 적설 기록은 1972년 11월28일의 12.4㎝였는데, 이보다 약 4㎝ 가량이 더 쌓인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해 인력 9600여 명과 제설 장비 1424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