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동 특사 보내 휴전 협상 적극 중재 네타냐후, 美압박에 수용…“이란, 하마스 집중” 트럼프 의식 분석도…美관료 “대선 전부터 논의”
AP 뉴시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약 14개월에 걸친 총성을 일단 멈추고 휴전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휴전은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강한 압박과 전쟁 장기화로 고갈된 군을 보강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해가 맞으면서 도출됐다.
◆바이든, 중동 특사 보내 적극 중재…“미국 제안 받아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이번 휴전에 미국이 적극 개입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파괴적 분쟁을 종식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저쪽 정부가 받아들였다”고 환영했다.
합의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특사를 파견해 양쪽을 적극 중재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중동 특사는 지난 19일 레바논을 찾아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의장,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 등과 만나 휴전안을 논의했다.
다음날인 20일 호치스타인 특사는 바로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 등을 만나 이스라엘 측 입장을 반영해 협상안을 다듬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양측은 수용 가능한 합의안을 도출해 냈고, 26일 전격 휴전에 동의했다.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본 순간이다.
프랑스 역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협상을 적극 중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상 성명을 내 “이번 휴전은 레바논에 있어 새로운 장”이라며 레바논 주권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이란, 하마스에 집중”…‘바이든 압박’에 수용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사전녹화 연설에서 세 가지 이유를 들어 휴전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헤즈볼라와 전쟁을 중단하고 이란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게 항상 최우선 순위였다”며 “이란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게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와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을 ‘문어의 머리’로 표현했다. 촉수 격인 헤즈볼라를 어느 정도 무력화했으니, 이제 ‘머리’인 이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전쟁 장기화로 약화된 군 재정비도 이유로 들었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훌쩍 넘었고, 헤즈볼라와 전면전도 10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군의 피로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헤즈볼라와 휴전으로 북부 전선을 끝내고 가자지구에 집중, 하마스 몰살과 인질 구출에 집중하겠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옹호를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압박도 네타냐후 마음을 돌리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관료는 바이든 행정부가 퇴임 전 유엔 안보리 결의안으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뇌부 제거와 대대적인 공격으로 무기력해진 헤즈볼라가 휴전에 적극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됐다.
◆“트럼프 당선 선물” 분석도…美관료 “대선 이전부터 논의”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일종의 ‘선물’로 이번 휴전에 사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부 장관은 지난 10일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찾은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선물 차원에서 헤즈볼라와 휴전안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도 협상 타결 직후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모두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고 있다”며 자찬했다.
다만 미국 고위 관료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미 대선 전 헤즈볼라와 휴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호치스타인 특사의 이스라엘 방문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휴전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미 고위 관료는 호치스타인 특사가 협상 타결 전까지 트럼프 당선인 국가안보 팀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으며, 트럼프 팀이 이러한 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