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nside Out] 새 행장 후보군 6명도 절반씩 짜여 인사때 소외… ‘계파 문화’ 뿌리깊어 공적자금 받으며 ‘외부 줄대기’ 만연 행장 누가 되든 반목 불거질 가능성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용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가 이번 주 우리은행장 단일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 내부의 상업은행-한일은행 경쟁 구도가 아직도 뿌리 깊은 가운데 이번 행장 후보군 6명도 3명은 상업은행, 3명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짜였다. 자추위가 후보군도 반반씩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할 정도로 분파적 조직 문화가 아직도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 합병 후 25년째 라인 갈등
하지만 2011년부터 이순우, 이광구 행장 등 상업 출신이 연달아 행장을 맡으며 이런 기계적 균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일 출신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커진 것이다. 그러다가 막상 한일 출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또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 새 행장 발표 앞두고 또 긴장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주 출범 초창기부터 회장 자리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지니 내부에 충성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직원들이 은행원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며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줄 대기, 파벌 간 권력투쟁에 익숙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상대 은행을 흡수 합병해 탄생한 신한은행(조흥은행과 합병), 하나은행(외환은행과 합병)과 달리 우리은행의 경우 한일-상업은행이 대등 합병을 했다는 점에서 파워가 엇비슷한 세력끼리 파벌 싸움이 더 길게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새 행장이 발표되면 상업-한일 어느 쪽이든 간에 또다시 계파 간의 반목이 불거질 수 있어 은행 안팎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