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문. 이 글 제목은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인가.
답. 1920, 30년대 뉴욕 양키스 3번 타자 베이브 루스가 같은 팀 4번 타자 루 게릭에게 하던 말이다. 게릭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통산 OPS 1.080(3위)을 남긴 강타자지만 이 부문 1위 루스(1.164)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문. OPS가 뭔가.
문. OPS가 제일 높은 건 역시 4번 타자인가.
답. 아니다. 3번이다. 올해 MLB 3번 타자 합계 OPS는 0.777, 4번 타자는 0.737이었다. 한국프로야구도 3번(0.876)이 4번(0.857)보다 기록이 좋았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도 3번(0.723)이 OPS가 가장 높은 타순이었다.
문. 그럼 류중일 한국 대표팀 감독이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4번 타자가 없다’고 한탄한 이유는 뭔가.
답. 사람이 자기가 성공한 방식을 버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 2011년부터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간 삼성 4번 타자 OPS는 0.907로 3번 타자(0.827)보다 높았다. 그때는 사실 다른 한국 팀도 다 그랬다.
답. 당시 삼성은 마운드에서 제일 오래(경기당 평균 5와 3분의 2이닝) 버티는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만큼 선발진이 잘 던졌던 거다. 다만 국제대회는 사정이 다르다. 투수와 타자가 서로 낯선 상태로 대결하기 때문이다. 투타 맞대결은 낯이 익으면 익을수록 타자가 더 유리하다. 올해 한국프로야구에서 어떤 투수를 처음 만난 타자는 OPS 0.737을 남겼는데 세 번 이상 만나면 기록이 0.846으로 올랐다.
문. 국제대회에서는 선발 투수를 오래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건가.
답.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이번 프리미어 12에서 선발 투수는 평균 3과 3분의 1이닝만 던졌다. 그 덕에 구원 투수는 경기당 평균 4.6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타자로서는 거의 매 타석 새로운 투수와 상대해야 했던 셈이다.
문. 한국 대표팀이 세계 야구 흐름을 못 쫓아가는 느낌이다.
문. 한국 야구는 어쩌다 뒤처지게 됐나.
답. 일본 야구인 한 사람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최신 야구 이론이 연일 쏟아지는데 한국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야구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매체에서도 이 발언을 ‘조롱’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한국 야구인들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걸 보면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