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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 반도체 교육과정 공유… “전 분야 학습한 완성형 인재 양성”

입력 | 2024-11-28 03:00:00

‘동반성장형’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명지대, 소재-부품-장비에 특성화… 호서대, 테스트-패키징 역량 보유
학사 제도 개방해 타대학 강의 듣고, 방학 땐 교차 실습 프로그램 운영
에코팹-클린룸 등 첨단 장비 활용



명지대 반도체공학과에서 개설한 ‘프로그램밍 언어’ 강의 모습. 강의는 명지대에 개설됐지만 정동철 호서대 교수가 진행한다. 명지대와 호서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에 동반성장형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돼 함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화면을 보고 프로그램 출력값을 입력해주세요.”

20일 경기 용인시 명지대 자연캠퍼스 제3공학관 강의실. ‘프로그래밍 언어’ 수업을 진행하는 정동철 교수의 말에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답을 입력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검사하는 설비의 운영 프로그램에 많이 쓰이는 C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정 교수는 원래 호서대 반도체공학과 소속이지만 이번 학기는 매주 수요일 명지대 반도체공학과에서 3시간씩 학생들을 가르친다.

명지대와 호서대는 지난해 교육부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에 동반성장형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됐다. 이후 두 대학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테스트·패키징 분야 인재를 함께 키워내기 위해 교육 과정과 시설을 공유하고 교수와 학생을 교류하고 있다.

● 두 대학이 교육 과정 공동 운영

정부는 2022년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부터 첨단산업의 다양한 공정에 맞춤형 기술인재를 육성하는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원 사업은 한 대학이 진행하는 ‘단독형’과 여러 대학이 보유 역량을 공동 활용하며 인재를 양성하는 ‘동반성장형’으로 나뉜다.

명지대의 경우 반도체 전공정(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겨 칩을 완성하기까지의 공정)인 소부장, 호서대는 후공정인 테스트와 패키징에 강점이 있어 교육을 나눠 맡고 있다. 두 대학은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학사 제도도 개방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각 대학의 교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실습 장비를 공유하며 공동학위와 ‘마이크로디그리(MD)’를 받을 수 있다.

두 대학이 교육 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목적은 반도체 전 분야를 알고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김경민 명지대 반도체특성화대학사업단 부단장은 “반도체 산업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데 기존 대학들이 하는 회로 설계나 소자 공정 중심의 초보적 반도체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명지대는 반도체 칩 제조의 뿌리인 소부장, 호서대는 완성 칩의 기둥인 테스트와 패키징에 특성화하고 협업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기 중에는 교수가 겸직 발령을 받고 두 대학에서 교차 강의한다. 20일 진행된 프로그래밍 언어 강의도 그 일환이다. 수강생인 명지대 반도체공학과 김지호 씨는 “교수님이 호서대에서 진행하는 테스트 및 패키징 특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셔서 반도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호서대 반도체특성화사업단장인 정 교수는 “두 대학이 서로 다른 대학에서 강의해도 소속 대학에서 책임 시수를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학 간 공동 강좌 개설, 학점 교류도 한층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두 대학 교차 실습으로 역량 강화

명지대가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 지원금으로 구축한 에코팹. 명지대와 함께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호서대 학생들도 방학 때는 명지대를 찾아 해당 설비를 활용한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방학 때는 학생들이 상대 대학 기숙사에 머물며 1, 2주간 집중적으로 실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지원 사업 지원금으로 구축한 반도체 현장의 고가 설비를 학생들이 직접 활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명지대는 지난달 배출가스, 수처리, 전력 모니터링 등의 친환경 반도체 소부장 기술을 고려한 시설 ‘에코팹’을 구축했고, 호서대는 기존보다 더 큰 규모의 반도체 클린룸을 다음 달 완공한다.

호서대 반도체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승훈 씨는 올 여름방학 때 명지대에서 ‘반도체 공정 실습’을 수강하며 공동학위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호서대에서 패키징 분야를 배우고 명지대에서 소부장 관련 지식을 습득하면 졸업 이후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반도체공학과에 재학 중인 남궁윤 씨도 “두 대학의 공동학위제를 통해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까지 폭넓은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기업들도 두 대학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현재 명지대는 기업 27곳, 호서대는 30곳과 교육 과정 설계 및 프로젝트 진행을 함께하고 있다.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특성화사업단장은 “현장에서 경험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1년간 기업과 학생이 함께 진행한다”며 “교육 효과도 좋고 취업으로도 잘 연결된다”고 말했다.

명지대와 호서대처럼 동반성장형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된 사업단은 모두 9곳이다. 지난해 △전북대·전남대 △충북대·충남대·한국기술교육대 사업단이 선정됐고, 올해 △고려대·인제대 △인하대·강원대 △한국공학대·국립공주대 △아주대·국립한밭대 △국립금오공대·영남대 △경상국립대·국립부경대 사업단이 선정됐다.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수도권 대학이 포함된 사업단에는 4년간 매년 최대 70억 원, 비수도권 대학만으로 이뤄진 사업단에는 최대 85억 원을 지원한다.



용인=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