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인터뷰 국가 지원 상급종합병원 되려면 신생아중환자실-분만실 갖춰야 암 치료와는 관련 적어 비현실적… 재정 부족 탓 우수인력 이탈 우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25일 본보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는 중증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병원인데 경증 환자들이 많이 찾는 2차 병원으로 분류된다”며 “그러다 보니 수가 지원 등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많은 사람들이 국립암센터를 대학병원급인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료의뢰서 없이 찾을 수 있는 2차 병원입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신임 원장은 25일 본보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는 중증환자들을 가장 많이 진료하는 병원인데 경증환자들이 많이 찾는 2차 병원으로 분류돼 있어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낮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원장은 1995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임용돼 서울대 암병원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 등을 거친 위암 명의다. 이달 13일 국립암센터 원장에 취임한 그는 “의료 공백 상황에서 암 환자 진료를 위해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재정이 부족해 우수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의료질 평가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전문질환질병군, 즉 중증환자 비율이 55%로 최상위급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만점 비율이 50% 이상인데 이보다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암센터는 상급종합병원 47곳에 포함돼 있지 않다. 최근 정부가 중증환자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라며 상급종합병원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국립암센터는 2차 병원이다 보니 중증환자를 주로 진료함에도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려면 분만실 등이 필요하다.
“현재 규정상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신생아중환자실과 분만실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암 환자에 특화된 센터가 분만실을 갖추는 건 시설 낭비가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립암센터를 특수전문진료병원으로 분류해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지원을 받는다. 신생아중환자실 등 암 전문 진료에 필요하지 않은 시설은 갖추지 않아도 된다. 반면 한국 국립암센터는 2차 병원이다 보니 3년간 9조 원이 투입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지원할 수조차 없다.”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나.
―국민 암 예방을 위한 임기 중 목표가 뭔가.
“정부는 그동안 국가암관리 사업을 통해 예방, 검진, 치료, 암 환자 사회 복귀 등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1995년 42.9%에서 2021년 72.1%로 증가했다. 생존율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은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한 것이다. 암은 조기 진단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다. 이미 위암의 경우 조기 발견율이 70%를 넘는다. 하지만 아직도 환자 중 30%는 정기 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 이들을 타깃으로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검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국립암센터는 암 진단의 표준을 제시하고 국민들이 더 쉽게 암을 검진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한 홍보도 강화하겠다.”
―위암 명의인데 위암 예방법을 알려 달라.
“가장 효율적인 암 치료 방법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간암과 자궁암에서 바이러스 백신도 그런 역할을 한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위암의 주 원인인 헬리코박터균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짠 음식을 덜 먹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도 피해야 한다. 암 예방 수칙을 못 지켜 암이 발병했더라도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정기 검진을 받아 조기에 발견하면 극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 검진을 제2의 예방이라고 한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지 2년이 넘었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더 미루지 말고 빨리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