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에 ‘식물 정부’] 〈하〉 공공기관 ‘리더십 부재’ 장기화 강원랜드 등 24곳 6개월 이상 공석… 내년 1분기 38곳 추가 임기 만료 국정 지지율 하락속 지원자도 적어… 사업 지연-업무 혼선등 부작용 속출 “공백 길어지면 정책 표류 우려” 지적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은 손태락 원장이 벌써 3년 9개월째 기관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올해 2월 말까지였지만 후임 원장 선출이 늦어진 탓이다. 올해 7월 신임 원장 초빙 공고가 진행됐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기관장 공백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이삼걸 전 사장이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사퇴한 뒤 벌써 11개월째 후임 사장 선임이 미뤄지고 있다. 올해 8월 뒤늦게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구성됐는데 아직 후보자 공개모집 공고조차 게시되지 않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후임 사장 공모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6곳 중 1곳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이 경영을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공백이 6개월 이상 길어지고 있는 공공기관도 24개에 달한다. 공공기관 수장 공백이 부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나타나면서 굵직한 사업 추진 지연이나 임직원들의 업무 효율 저하 등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권 지지율 하락에 따른 행정부 업무 공백이 가장 하부 조직인 공공기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 기관장 공백 공공기관 57곳, “지원자도 끊겼다”
기관장 공백을 겪는 공공기관은 올해 7월 81곳에서 4개월이 지난 현재 57곳으로 24곳 감소했다. 하지만 내년 1분기(1∼3월)까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공공기관이 38곳이나 되는 탓에 기관장 공백 사태는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후임 사장 공모에 임추위 추천까지 수개월 전 완료됐음에도 주무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공기관장의 공백 현상은 대통령실 등 정권 차원의 인사 결정이 늦어지고, 한편으로는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기관장 지원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 정부가 임기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공공기관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A공공기관은 3개월 전 진행된 신임 기관장 후보자 공모에 주무 부처 출신 공무원이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중 연봉이 나쁘지 않아 주로 실장급 공무원이 기관장으로 가는 곳인데 실장급뿐 아니라 국장급 중에서도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관장 임기 3년이 끝난 뒤 다음 행선지도 중요한데, (국정 지지율이 낮은) 현 상황에서 중앙부처를 떠나는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업무 비효율에 내부 혼란도 커져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