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vs 롤스로이스 007시리즈 기틀 다진 ‘007 골드핑거’ 개봉 60주년 기념 ‘본드 카’ 되살린 애스턴 마틴-‘악당 차’ 재현 롤스로이스 최신 모델에 영화 속 모델 상징 담아 팬에게 즐거움 선물
60대 한정 생산되는 애스턴 마틴 DB12 골드핑거 에디션과 오리지널 ‘본드 카’ DB5. 애스턴 마틴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아니요, 본드 씨. 당신은 죽을 거요!”
1964년에 개봉한 007 제임스 본드 영화 세 번째 시리즈인 ‘007 골드핑거’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레이저 무기로 살해 위협을 받는 중 악당인 오릭 골드핑거와 주고받는 대화다. 짧은 대화에서도 골드핑거의 악랄함과 단호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만큼 둘의 대립 관계는 팽팽했고 골드핑거는 본드를 가장 위험한 상황까지 몰고 가면서 역대 007 시리즈에 등장한 악당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007 골드핑거에서 애스턴 마틴 DB5와 함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차는 악당 골드핑거가 타는 롤스로이스 팬텀 Ⅲ였다. 영화 속 골드핑거가 영국에서 금을 대량 밀반출하는 데 쓰이는 팬텀 Ⅲ는 골드핑거의 탐욕과 금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극 중에서는 눈속임을 위해 금으로 만든 차체를 일반 차처럼 칠한 것으로 나오는데 금 때문에 무거워진 차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뼈대와 강력한 엔진을 얹었기 때문에 골드핑거의 선택을 받았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영화에 쓰인 차는 코치빌더 바커가 차체를 만든 1937년형 팬텀 Ⅲ 세단카 드 빌 모델로 촬영을 위해 영국 귀족에게서 빌렸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차체를 금으로 만들 수는 없어서 영화 제작 때는 금처럼 보이는 페인트와 표면 처리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번호판에 쓰인 등록번호는 금의 원소기호인 ‘Au’와 숫자 1로 이뤄져 골드핑거의 차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본드 카 애스턴 마틴 DB5에 붙은 ‘BMT 216A’ 번호판과 함께 007 시리즈에 등장한 차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 본드와 악당 골드핑거는 각각 애스턴 마틴 DB5와 롤스로이스 팬텀 Ⅲ를 타고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푸르카 패스의 풍경 속을 달리는 모습을 멋지게 연출했다. 그리고 두 차를 만든 애스턴 마틴과 롤스로이스는 올해 007 골드핑거 개봉 60주년을 기념해 최신 모델에 원래 모델들과 영화의 상징 요소들을 담은 특별한 차를 만들어 영화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DB12 골드핑거 에디션은 실내 주요 조절 장치를 금으로 도금하는 등 화려하게 치장했다. 애스턴 마틴 제공
60주년 기념 모델임을 알리는 DB12 골드핑거 에디션의 특별한 장식. 애스턴 마틴 제공
007 골드핑거의 악당 캐릭터가 탔던 롤스로이스 팬텀 Ⅲ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팬텀 익스텐디드 골드핑거. 롤스로이스 제공
007 골드핑거 60주년 기념 모델에 붙은 트레드 플레이트는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롤스로이스 제공
팬텀 익스텐디드 골드핑거의 대시보드에는 오리지널 모델이 영화에 등장한 푸르카 패스의 등고선도가 새겨졌다. 롤스로이스 제공
쉽게 잊히는 여느 영화들과 달리 007 시리즈는 엄청난 문화적 영향과 파급 효과를 낳을 만큼 특별한 영화였다. 소개한 두 가지 특별한 차의 면면은 007 시리즈에 관심 없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열성팬들에게는 더없이 만족스럽고 기념의 의미를 더 깊게 마음에 새길 수 있는 배려가 엿보인다. 자동차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고 럭셔리 브랜드 차들에서는 맞춤 제작을 통해 한층 더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음을 두 모델을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