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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우크라 특사단 접견… 포탄 등 지원 희망 무기목록 전달 받은듯

입력 | 2024-11-28 03:00:00

양측 北파병 정보 공유 등 협력 약속
대통령실, 방공무기 등 보유량 파악
우크라 지원 범위-수준 점검한 듯
트럼프측 압박속 정부고민 깊어져



K-9 자주포 200여발 백령도서 실사격 훈련 27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K-9 자주포가 불을 뿜고 있다. 이날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 6여단은 우리 군을 겨냥해 북한군이 기습 포격하는 상황을 가정해 30여 분간 K-9 자주포 200여 발을 서쪽 해상으로 발사했다. 해병대 제공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을 대표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특사단은 이 자리에서 북한군 파병 상황 및 현황을 설명하고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은 최근 군으로부터 호크 지대공 미사일 등 방공무기와 155mm 포탄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우선 거론되는 무기들에 대한 보유량과 운용 현황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대규모로 파병된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된 상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지원 가능 범위와 수준을 점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년 1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강조하고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이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만큼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우크라 무기 요청 리스트 전달, 지원은 미지수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특사단 일행을 접견하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우메로우 장관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고 양측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간 무기, 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속하고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요청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무기 지원 딜레마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특사단이 우리 정부에) 지원을 희망하는 무기 리스트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방공 시스템과 155mm 포탄 등 포(artillery) 전력 등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이 높은 무기 현황 등을 보고받은 시점은 특사단의 방한 며칠 전이라고 한다. 특사단 방한 직전 호크 지대공미사일 등 방공무기와 155mm 포탄 보유량 등을 챙겨본 것은 최근 전장이 격화되면서 무기 지원을 절실하게 바라는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기 지원 협의에 앞서 우리 군의 지원 가능 범위와 수위를 대통령실이 구체적으로 점검했다는 것.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호크 미사일은 신형 천궁 미사일이 도입되면서 모두 퇴역한 상태다. 러시아의 파상 공습에 맞설 방공망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무기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155mm 포탄의 가용 규모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미국에 수출 및 대여 방식으로 60만 발의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특사단이 요구한 ‘무기 리스트’에는 방공무기와 포탄뿐만 아니라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등 공격무기가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시가 다급한 우크라이나 정부로선 우리 정부가 수용할지와 별개로 일단 ‘최대치’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맞서 살상용 무기를 포함한 단계별 무기 지원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방어무기를 자국 군대를 겨냥한 ‘살상무기’로 간주하고, 외교적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군 소식통은 “천궁 같은 지대공 요격무기 등이 지원 후보로 거론되지만 이런 무기는 우리 군도 보유량이 넉넉지 않은 데다 타국에 제공할 경우 대북 작전 제약이 초래될 수 있어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했다.

● 특사단, 韓 방산업체들과의 면담도 타진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방한 기간 전쟁에 필요한 무기 체계를 생산하는 복수의 국내 방산업체들과 접촉해 미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집권 시 조기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다급해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방한을 계기로 무기 확보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산업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 문제 등을 거론할 게 뻔해 업체 입장에선 미팅에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우크라이나 특사단 측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