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미래’ 남녀 1500명 조사 55~64세보다 부양 부담 더 커 건강 등 자기 돌봄에는 취약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김모 씨(54)는 80대 모친과 20대 아들을 위해 지출하는 돈이 매달 10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는 “어머니 요양원 비용을 내 드려야 하고 최근 직장을 그만둔 아들의 월세도 줘야 한다”며 “저도 골다공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는 27일 “돌봄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 50∼54세 응답자 중 25%가 자녀와 부모를 모두 돌보는 ‘이중 부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재단 측이 올해 5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50∼64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조사에선 은퇴 전후인 55∼64세보다 자녀 대학 교육비 등이 부담이 되는 50∼54세가 이중 부양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금액은 55∼64세가 월평균 88만 원인 반면 50∼54세는 107만 원에 달했다. 자녀에 대한 지원이 부담스럽다는 답변도 55∼64세가 46%인 반면 50∼54세는 57%였다.
50∼54세는 일의 지속성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55∼64세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50∼54세의 경우 56%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 반면 55∼64세는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이 46%에 그쳤다. 50∼54세의 경우 40%가 “자신의 신체 건강이 좋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55∼64세의 응답 비율(51%)보다 낮은 것이다. 정신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도 50∼54세 62%, 55∼64세 75%였다.
돌봄과 미래 관계자는 “50∼54세는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돌봄의 정점에 있다”며 “부양 부담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인식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