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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유출’ 연세대 내달 8일 추가 시험, 1차 합격만큼 더 뽑는다

입력 | 2024-11-28 03:00:00

“재시험 불가” 46일만에 입장 바꿔
1차 응시자들 다시 시험볼 듯
증가 인원 맞춰 2027년 모집 축소
現고1 합격문턱 한층 높아져 불리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의 모습. 뉴스1

2025학년도 수시 논술전형 자연계열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을 겪은 연세대가 해당 전형 추가 시험을 다음 달 8일 치르기로 했다. 10월 실시된 1차 시험 합격자 261명을 그대로 발표하는 대신 시험을 한 번 더 실시해 261명을 추가로 뽑겠다는 것이다. 대학이 이미 공고된 특정 전형 모집인원의 2배를 초과 선발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과실로 인한 초과 모집인 만큼 2027학년도 모집인원 감축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혀 현재 고1 학생의 연세대 자연계열 입학 문턱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 수시 논술 모집인원 2배 뽑는다

연세대는 27일 입학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다음 달 8일 추가시험(2차 시험)을 시행한다”며 “추가시험은 1차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전부가 응시할 수 있고 1차 시험과 2차 시험에서 각각 261명의 합격자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시험 합격자 발표는 다음 달 13일, 2차 시험 합격자 발표는 수시전형이 끝나는 다음 달 26일 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연세대 수시 논술전형 문제 유출 논란은 지난달 12일 감독관 실수로 문제지 등이 1시간 먼저 배포됐다가 회수되면서 불거졌다. 연세대 측은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될 만큼의 문제가 아니라며 ‘재시험 불가’ 방침을 고수했지만 일부 수험생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며 논술시험 효력이 정지되고 이의신청마저 기각되며 비판 여론이 커지자 46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다만 연세대가 1차 시험 합격자 발표를 예정대로 하려면 소송을 낸 측에서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거나 본안 소송에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수험생들을 대리하는 김정선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소송을 계속해 1차 시험 무효 확인을 받고 (연세대가) 공정하게 본 재시험으로 추가 합격자까지 인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연세대가 계획대로 추가 시험을 실시하면 논술전형에 지원한 수험생들은 대부분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세대 1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다른 대학에 합격했더라도 추가 시험에서 합격한다면 다른 대학 등록을 취소하고 연세대에 등록하면 된다.

● 2027년도 정원 줄여 고1 입시 영향

연세대가 수시 논술전형에서 모집인원의 두 배를 선발하는 것은 ‘초과 모집’에 해당한다. 합격선 동점자 발생 등으로 소수의 초과 모집 인원이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전형 모집인원을 모두 다시 선발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에 동시 합격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최종 합격자가 522명까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입시 혼란을 초래한 연세대와 책임자에 대해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관련 규정에 의거해 2027학년도 모집인원 감축 명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26학년도는 이미 올해 4월 말 각 대학이 입학처 홈페이지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한 만큼 교육부의 ‘초과 모집 인원 처리 기준’에 따라 2027학년도 모집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다.

연세대 논술전형 지원자에게는 합격의 기회가 한 번 더 생긴 만큼 반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른 상위권 대학 입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논술전형 합격 인원이 261명에서 최대 522명까지 늘어나면서 중복 합격에 따른 이탈이 증가해 다른 상위권 대학의 수시 합격선이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027학년도 연세대 자연계열 입학을 노리는 현 고1 학생 입장에선 합격 문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논술전형으로 선발한 자연계열 모집단위 모집인원을 2027학년도에 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의예과, 약학과, 기계공학부 등 25개 모집단위가 이에 해당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