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한국의 의견’ 소개된 백구 1호 ‘명예119구조견’ 임명 이후 몇개월 만에 사료도 관심도 끊겨 일주일 전 치매 주인 떠나보내
28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만난 견주 심금순 씨가 백구를 안고 남편 이순동 씨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3년 전 빗속에 실종된 심 씨의 어머니는 백구가 40여 시간 동안 떠나지 않고 체온을 나누며 곁을 지켜준 덕분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사람도 못한 일을 해낸 백구인데 세간의 관심은 금새 식더군요.”
28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서 만난 심금순 씨(68)는 백구를 부둥켜 안고 이렇게 말했다. 심 씨의 반려견 백구는 2021년 치매로 길을 잃고 실종된 심 씨의 어머니를 구해내면서 수많은 관심과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미국 CNN에 ‘한국의 의견’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3년 전 백구는 ‘의견’으로 칭송받으며 대한민국 1호 ‘명예119구조견’으로 임명됐지만 감동적인 사연은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심 씨는 “처음엔 많은 곳에서 찾아와 사료도 지원을 받았다”며 “하지만 사료 지원은 몇 개 월 만에 끊겼고, 군이나 소방서 등 안부를 묻는 전화도 이제는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심 씨는 그동안 괜한 오해에 시달려 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백구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출연료로만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둥, 개 때문에 팔자를 고쳤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해댔다”며 “백구가 해낸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오해 없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지만 백구가 자신을 구해준 것을 알고 계셨다”며 “생전 ‘항상 백구에게 잘해 달라’는 말을 계속 해 왔던 만큼 앞으로 백구와 즐거운 추억을 더욱 많이 만들며 살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떠돌이 유기견이었던 백구는 2018년 심 씨 가족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백구는 큰 개의 공격을 받아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를 발견한 모녀가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치료하며 보살폈다. 이후 2021년 8월 치매를 앓고 있던 심 씨의 어머니가 천둥소리에 집을 나가자 백구가 함께 따라갔다. 당시 발을 헛디뎌 논에 빠진 심 씨의 어머니는 백구가 몸을 계속 비비고 핥으며 40여 시간 동안 곁을 지킨 끝에 소방당국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홍성=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