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병원 주차장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2024.11.27. [수원=뉴시스]
28일 기상청의 주요지점 적설현황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동에 47.5cm의 눈이 쌓였다. 이번 눈은 중부 지방에 집중적으로 내렸다. 경기 군포시 금정동 42.4cm, 서울 관악구 41.2cm, 강원 평창군 대화면 30.3cm, 충북 진천군 위성센터 39.1cm 등이다. 특히 수원에는 60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쌓였다.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가 측정한 적설량은 오전 8시 기준 28.6㎝다. 서울은 1907년 10월부터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했는데 가장 눈이 높게 쌓였을 때가 1922년 3월 24일 31.0㎝였다. 두 번째는 1969년 1월 31일 30.0㎝, 세 번째가 1969년 2월 1일 28.6㎝다. 기상 기록은 최신 기록을 앞에 두기 때문에 이날 적설로 역대 3위 기록이 바뀌었다.
수도권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4.11.28. [수원=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번 눈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대설 형태로 나타난 것은 고위도에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에서 떨어져나온 절리저기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심하게 구불거리며 움직이다 끊김 현상이 발생할 때 생기는 저기압이다.
현재 이 저기압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지상으로 가라앉으면서 주기적으로 경기만 쪽에 기압골을 만들고 있다. 기압골은 구름대를 강화하는 한편 풍향을 서풍으로 바꿔 서해상 구름대를 내륙으로 밀어 넣고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압골이 서해상에 있던 눈구름대를 경기만을 거쳐 수도권 지역으로 끌고 들어오며 대기 불안정성이 커져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예년보다 뜨거운 서해 바다의 온도도 폭설을 부추긴다.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도 가량 높은 상태다. 바다가 뜨거우면 수증기 공급이 원활해지는데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만나 눈 구름대를 발달시킨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절리저기압이 서해 바다와 만나 눈을 뿌리는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지만 비정상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 많아도 너무 많은 눈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