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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서 헌신하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박수를[기고/김종철]

입력 | 2024-11-28 23:00:00

김종철 병무청장


병무청은 매년 ‘나의 병역 이야기’를 주제로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한다. 올해 9월에도 공모전이 열렸는데, 한 사회복무요원이 만든 웹툰을 보게 됐다. 특수학교에서 장애 학생 돌봄 업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이 낯설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그는 입대 초반 “사회복무요원 할 바에야 면제가 낫다”는 지인들의 비하성 발언을 듣고 “군인은 총 들고 나라를 지키는데 나는 나라에 무슨 기여를 하는 걸까”라며 고뇌했다. 그러나 곧 장애 학생들과의 좌충우돌 끝에 아이들 각자의 꿈과 장점을 알게 됐고, 아이들과 어우러지며 큰 보람을 얻었다. 이 요원은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어느 교실의 자랑스러운 사회복무요원”이라고 했다. 시상식 날 “장애 학생들은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지만 모두 소중한 존재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나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며 병역의 가치를 찾고 스스로 성장하는 청년들을 볼 때면 늘 자랑스럽다.

정부는 매년 증가하는 사회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현장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양극화로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 3월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돌봄서비스 인력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 명에서 지난해 38만 명으로 늘었다. 노인 및 장애인 등을 돌보는 업무의 경우 신체·정신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하는 일에 비해 보수도 낮아 인력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사회복무 제도는 고령화·양극화로 인한 사회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에게 사회 진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도 한다. 병무청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에 사회복무요원 배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 5만여 명 중 2만2000여 명이 9700여 개 사회복지시설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손자로, 중증 장애 아동에게는 형과 오빠로 도움을 주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제대 후에는 복무 경험을 살려 관련 분야에 취업해 꿈을 펼치기도 한다. 박은택 씨(24)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하던 중 입대했다. 전공과 연계해 강원 춘천시에 있는 천사실버홈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됐다. 그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복무 만료 후에도 해당 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취업해 근무하고 있다.

병무청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자신의 분야에서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신체 조건과 전공, 적성 등을 고려해 복무 분야를 정하고, 유관기관과 협업해 취업 컨설팅을 하는 등 사회복무 경험을 통해 쌓은 경력을 디딤돌 삼아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사회복무 근무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학도 늘리고 있다. 복무 만료 후 청년의 미래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장병내일준비적금 등 경제적 지원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마당을 쓸었더니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다는 시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회복무요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회복지의 마당을 쓸며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사회 한 모퉁이가 밝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국가와 사회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김종철 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