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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맞선 바다소녀 모아나… 8년 만에 디즈니 구하러 왔다

입력 | 2024-11-29 03:00:00

모아나2, 개봉 첫날 19만명 관람
바닷속 사라진 섬 찾아 모험 떠나
영상미 높지만 주제가 감동 덜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2’에서 주인공 모아나가 항해하는 모습. 신작은 모아나가 고대 섬의 저주를 깨러 떠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담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온 바다가 우릴 믿고 있어!”

까무잡잡한 피부에 긴 곱슬머리를 지닌 ‘모아나’가 동료들을 다독인다. 거친 파도에 폭풍우가 몰아치는데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모아나는 코코아처럼 생긴 귀여운 요정 ‘카카모라’, 포악하고 난폭한 폭풍의 신 ‘날로’의 공격을 받아도 기죽지 않는다. “선조들이 길을 안내한다. 바다가 우리와 선조들을 잇는다”고 호언장담하며 배를 몬다. 과연 모아나는 동료들과 온갖 역경을 헤치고 섬들을 잇는 비밀의 섬을 찾을 수 있을까.

‘바다 소녀’ 모아나가 8년 만에 돌아왔다. 27일 개봉한 ‘모아나 2’로다. 2016년에 개봉한 전작 ‘모아나’는 결혼할 왕자보단 자신의 길을 찾는 주체적인 폴리네시아인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며 국내에서 23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모아나 2’는 국내 개봉 첫날 19만 명이 관람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직행했다. ‘겨울왕국 2’(2019년) 이후로 주춤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작의 배경은 전작으로부터 수년이 흐른 뒤다. 모아나는 어머니 섬 ‘테 피티’의 심장을 되돌려 세상을 구한 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아나는 곧 선조들의 부름을 받는다.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도록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모투페투섬’을 찾으라는 것. 모아나는 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전설의 영웅 ‘마우이’, 섬의 동료들과 함께 바다로 나아간다.

신작은 모아나가 바다로 탐험을 떠난다는 전작의 틀을 그대로 따른다. 다만 전작이 모아나가 마우이와 둘이 여행하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신작은 모아나가 다른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비춘다. 심술궂은 노인 농부 ‘켈레’, 똑똑한 승무원 ‘로토’, 마우이의 팬인 ‘모니’ 등 고향 섬 출신 동료들을 다독이는 여성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모아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미국 배우 아울리이 크러발료는 “모아나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가족과 공동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신작의 매력은 바다를 아름답고 실감 나게 그렸다는 점이다.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는 태평양을 배가 가로지르고, 포말이 반짝이는 모습은 전편보다 진화했다. 마우이가 독수리나 상어로 변신해 하늘과 바다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장면에선 액션 영화라 불러도 손색없다.

다만 노래는 전작에 비해 아쉽다. 신작의 주제곡 ‘비욘드(Beyond)’는 여행을 떠나는 모아나의 마음을 웅장하게 담아냈지만, 미국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전작 주제곡 ‘하우 파 아일 고(How Far I’ll Go)’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사가 다채롭지 못한 탓에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평가 신선도 지수는 67점에 그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