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구세군 한국사령관 “외환위기-코로나 등 위기 맞을 때… 자선냄비에 모인 금액 더 늘어나 6·25전쟁 중에도 중단되지 않고… 매일 나갈때도 단 한번 빈 적 없어”
김병윤 구세군 사령관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 사회의 나눔과 따뜻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거리 모금을 하다 보면 우리 국민이 참 정이 많고 따뜻하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많이 넣지 못해 미안합니다’란 쪽지를 보면 마음 한편이 뭉클하지요. 자신도 넉넉지 않을 텐데….”
27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대한본영에서 만난 김병윤 구세군 제27대 한국군국 사령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인 어려움이 닥칠 때일수록 오히려 자선냄비 등을 통한 모금액이 더 늘었다”라며 “우리 국민 마음에 어려울수록 더 힘든 이를 생각하는 DNA가 흐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구세군대한본영은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4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고 다음 달 31일까지 전국 300여 곳에서 자선냄비 거리 모금에 나섰다.
―구세군의 역할을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100년 가까이 한 해도 안 거르고 이어졌다고요.
“6·25전쟁 중에도 중단된 적이 없으니까요. 1928년 흉년과 가뭄, 홍수까지 겹쳐서 수많은 노숙인이 발생하고 도둑질이 난무하자 당시 박준섭 사령관이 성탄절을 중심으로 약 보름간 서울 명동 등에 냄비를 걸고 모금을 한 게 시초지요.”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 모금액이 더 는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 자선냄비 등 전체 모금액이 2021년 81억 원, 2022년 125억 원, 2023년 138억 원으로 대폭 늘었어요. 모두가 힘들 때인데, 그런 속에서도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자선냄비에 금반지를 넣은 분도 있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돼지저금통을 가져와 그 자리에서 주고 가신 부모님도 계셨지요. 어떤 분은 ‘저도 어려워서 많이 넣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란 쪽지를 기부금과 함께 넣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아직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자선냄비 앞에서 하루 종일 모금 운동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2인 1조로 2시간씩 교대하는데, 횟수는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한 번만 할 수도 있고, 쉬면서 몇 차례를 할 수도 있지요. 겨울에 추운 거리에 있으니 쉽지는 않아요. 구세군 사관들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는데 전국 300여 곳에, 한 달 동안 연인원 2만 명 정도가 모금 활동을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오시는 분은 매년 느는 추세예요.”
―올해도 참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거리 모금을 하다 보면 우리 국민이 참 정이 많고 따뜻하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무심하게 지나쳐 가는 것 같아도 단 하루도 빈 통으로 돌아오는 자선냄비가 없어요. 오히려 ‘저기서 했는데요…’라며 마치 또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분도 있지요. 시대가 변했는데 자선냄비 같은 아날로그적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선냄비가 없는 연말 거리 풍경은 너무 삭막한 것 같아요. 모금 액수와 상관없이 빨간 자선냄비야말로 우리 사회에 나눔과 따뜻함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이니까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