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과” 밝힌지 이틀만에 “멕시코가 국경폐쇄 동의” 글 올려 멕시코, 美경제 의존도 높아 ‘수세’ 여론 악화땐 ‘보복관세’ 나설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이다. 자신이 25일 멕시코에 “불법 이민자 제어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멕시코산 물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멕시코가 자신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점을 홍보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폭탄’ 부과 계획이 발표된 뒤 멕시코 정부는 겉으로는 “우리도 미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 기업도 피해를 볼 것”이라며 ‘맞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7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며 불법 이민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트럼프 “멕시코, 국경 폐쇄 동의”
멕시코가 이틀 만에 트럼프 당선인 측의 압박에 사실상 굴복한 건 그만큼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4722억 달러, 수입액은 2560억 달러로 대미 무역흑자가 2162억 달러(약 302조6800억 원)에 달한다.
무역흑자의 대부분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에서 나온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한국 기아, 일본 도요타 등 각국 자동차 기업은 미국과 가까우며 인건비가 싼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고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 시장으로 수출한다. 멕시코에서는 연 약 380만 대의 자동차가 생산되는데 이 중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여기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국가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 멕시코-캐나다, 보복관세도 고려
다만 멕시코는 미국에 ‘맞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는 아니다. 지난달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좌파 성향이며 “미국의 압력에 마냥 굴복하지 말라”는 자국 내 진보 세력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그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 소식을 밝히기 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멕시코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회견에 동석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 발언이 “제 발에 총을 쏘는 격”이라며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도 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주요 기업들도 관세 인상의 악영향을 받게 되고, 수입물가 상승, 불법 이민자가 담당했던 미 일용직 일자리의 임금 상승 등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의미다.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25% 관세 부과 위협을 받은 캐나다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6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했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몇 가지 과제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캐나다 또한 미국산 특정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