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임 논설위원
지난 주말에도 동네 식당에선 한국어로 주문을 받는, 엘리베이터 안에선 이삿짐을 나르는 외국인 노동자를 만났다. 이들이 전혀 낯설지 않을 만큼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온 이민자는 8만7100명. 그 규모도 커졌지만, 속도는 더 과감하다. 이민자 증가율이 5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영국(52.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0.72명)이 최저를 찍었는데도 총인구가 늘어난 건 그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3개월 미만 단기 체류자를 제외한 근로자, 결혼 이민자, 유학생 등과 그 자녀를 합한 등록 외국인 숫자를 OECD에 이민자로 보고하고 있다. 농어촌과 산업 현장의 일손 부족 해결을 위해 정부가 취업 비자 쿼터를 늘렸고, 코로나19 이후 유학생도 급증했다. 5년 이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본격적인 이민 정책을 펴기도 전에 우리는 이민 국가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 이민 증가율 OECD 2위
올해 9년 만에 합계 출산율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예상대로 0.74명으로 찔끔 오른다 해도 ‘인구 감소’라는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50년 안에 생산가능인구가 반토막이 난다. 이민 대신 여성과 노인 인력을 활용하면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치지만, 그 차이가 4%포인트 남짓이다.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이미 OECD 국가 중에 1위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다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과 노인 인력 활용만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민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민 정책 미루다간 감당 못 할 위기
이민은 노동력 공백을 메울 해법이지만 사회 통합 측면에서는 불안 요인이다. 오랜 이민 국가였던 프랑스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도 코로나19 이후 이민자 규모를 단번에 대폭 늘렸다가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내국인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주택 시장이 불안정해졌다. 이로 인한 반이민 정서가 정치적 지형을 바꿀 정도다. 유럽에선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고 미국 대선에선 이민 정책이 승패를 갈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이민 정책은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 위주로 산업 현장 수요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식이었다. 출입국 관리는 법무부,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 다문화 학생은 교육부, 다문화 가족은 여성가족부 등 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기본적인 국가 전략조차 전무했다. 내국인이 떠난 일자리에 외국인을 싸게 밀어넣어 저출산 고령화에 적응하는 고통을 피하는 쉬운 길을 택해 온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