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컨설팅-감사 기능 강화” 신임 실장에 ‘전략통’ 최윤호 발탁 SDI 최주선, 디스플레이 이청 SDS 이준희 등 ‘도미노 교체’
삼성이 그룹 차원의 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 강화에 나선다. 과거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거친 ‘전략통’ 최윤호 삼성SDI 사장(61)을 신규 조직 수장에 깜짝 발탁했다.
28일 삼성은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산하에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 사장을 신임 경영진단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경영진단실은 관계사의 요청에 따라 그룹 각 계열사의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은 “경영진단실 신설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신설된 경영진단실이 삼성 계열사에 대한 컨설팅 역할과 동시에 감사 기능을 갖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7년 해체됐던 미래전략실(미전실) ‘경영진단팀’은 삼성 계열사에 ‘저승사자’로 불리며 임직원 비리 적발뿐 아니라 경영 전반의 문제점을 잡아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장급 인사도 경질로 이끌었던 그룹 경영 핵심 팀이었다.
삼성이 전날 반도체(DS) 부문 쇄신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경영진단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은 대내외 위기 돌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며 위기 돌파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기술 초격차를 되찾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신무역질서에도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그룹 차원의 전략 조율과 대응 능력 강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준감위 연간 보고서에서 삼성의 상황을 ‘사면초가’에 비유하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삼성전자 계열사 수장에는 ‘기술통’들이 전면 배치됐다.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61)이 선임됐다. 최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KAIST 전자공학 석박사 출신으로 1986년 하이닉스반도체 D램 설계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마이크론을 거쳐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반도체사업(DS) 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쳤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에는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58)이 승진 선임됐다. 이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 학사, 포항공대 화학공학 석박사 출신으로 1992년 삼성에 입사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 및 공정기술 등을 두루 경험한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