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 붓고 머리 내리쳐…재판부 “피해자 극심한 고통 속 사망”
서울 북부지법 ⓒ 뉴스1
남동생과 차별한다는 이유로 함께 살던 80대 노모를 둔기로 살해한 40대 여성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동식)는 29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모 씨(49)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강한 불만을 품던 중 피해자에게 사소한 잔소리를 듣자 뜨거운 물을 얼굴에 부어버리고 머리를 수십 차례 내려쳐 무참히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친딸인 피고인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33분쯤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친모가 자신을 타박한다는 이유로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 씨는 술을 마신 뒤 라면을 끓이며 친모에게 ‘라면을 먹겠냐’라고 물었지만 친모가 ‘술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취지로 타박하자 홧김에 안방에 누워있던 친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피해자인 친모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동생과 차별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가져왔고, 배우자와 사별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친모 집에 살면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정 씨는 술을 마시고 어머니가 남자 형제와 자신들을 차별한 예전 기억이 떠올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감정이 올라온 상태였고 엄마를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다. 아들을 보고 살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울먹였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정 씨가 친모를 마지막까지 돌보고 용변을 치우는 등 부양해 왔던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