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11.29. 뉴스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기한(12월 2일)을 앞두고 29일 막판 심사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과 감사원, 검찰, 경찰 등의 특수활동비 삭감을 주장하며 “여야 합의 불발시 야당 감액안을 2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의 감액안 처리 엄포에 국민의힘은 “예산 인질극” “당나라 국회”라고 반발했다.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시간을 미루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권력기관 특활비를 삭감한 자체 수정안을 만들어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헌법상 정부의 동의 없이 국회는 예산 증액을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증액을 포기해서라도 특활비 삭감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야당 단독으로 예결위에서 예산 감액안을 통과시킬 경우 198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각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에서 한 달 동안 충분한 심사를 마쳤다”며 “소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은 예산은 감액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예결위 관계자도 “정부가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하는데, 이번을 계기로 무너진 예산심의권을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대왕 고래프로젝트’와 서울용산공원 등 정부 핵심 사업 관련 예산에 대한 추가 손질도 벼르고 있다. 대왕 고래프로젝트의 경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전체 예산 505억5700만 원 중 50억5600만 원을 삭감했지만, 예결위 소위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 용산공원 사업비 416억6000만 원도 국토위에서 이미 229억800만 원 감액했는데, 예결위에서 추가 삭감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감액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특활비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며 “민생을 정말 생각하는 것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여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증액 예산안을 포기하고 감액안으로만 처리하는 데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압박용 카드”라고 보고 있다. 증액 예산안을 포기하면 야당 의원들이 지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정치적 부담감을 떠안아야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법정 기한을 한참 넘겨 처리됐다”며 “현재는 양당 지도부가 테이블에 최종적으로 들어가 협상하기 전까지 압박하는 과정”이라고 예상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