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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여야의정 협의체 탈퇴 잠정 결론…‘보여주기용’ 비판 끝 파행 수순

입력 | 2024-11-29 19:29:00


이진우 대한의학회장(두번째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양은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정책연구원장, 이종태 이사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24. 뉴스1


“처음부터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이제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 중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관계자는 “의료계가 무조건 대화를 거부한다는 비판을 우려해 내부 비판을 무릅쓰고 참여했는데 여당과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보에 들러리만 선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의료공백이 더 이상 장기화되는 걸 막기 위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비판을 받으며 참여했지만 성과는 커녕 지역의대 신설 발표 등으로 논의가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참여할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 ‘반쪽 출범’ 논란 끝 파행

올 9월 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사단체 불참으로 출범이 지연되다 지난달 22일 대한의학회와 KAMC가 참여 방침을 밝히면서 진통 끝에 이달 11일 출범했다. 국민의힘은 첫 회의 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야당과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 및 의대생 단체가 참여하지 않아 처음부터 ‘반쪽 출범’이란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에 참여한 두 의사단체는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중단 △정시 예비 합격자 인원 축소 △학습능력이 부족한 지원자에 대한 선발 제한 △모집요강 내 선발 인원 관련 학교 자율성 보장 등 4가지를 요구하며 수시 3118명, 정시 1492명 등 총 4610명인 내년도 모집인원을 조금이라고 줄이자고 요구했다. 신입생을 많이 뽑은 상태에서 휴학 중인 의대생이 복귀할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취지였다.

당정과 두 의사단체는 24일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은 논의할 수 있지만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논의에 난항을 겪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 가능성은 0%”라고도 했다.

여기에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 토론회에서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하면서 의사단체의 불신은 더 커졌다. 기존 의대에 배정된 증원 폭을 어떻게 줄일지 논의하는 상황에서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걸 두고 “한 대표와 여당에 진정성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내년도 모집 중단’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대한의사협회(의협)도 두 의사단체에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의료계 “정부 강경 방침에 예상된 결과”

의료계에선 두 의사단체가 협의체 탈퇴 방침을 정한 걸 두고 “대통령실이 내년도 의대 증원에서 한 걸음도 후퇴할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예상된 결과”란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사직 레지던트는 “협의체가 진행되는 동안 수능도 치렀고 수시 합격자도 발표됐다. 정책을 바꿀 의지가 없는 정부에게 시간만 벌어준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학회 관계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가 발표되는 다음 달 6일 전까지 선발 인원을 줄여보려 최선을 다했지만 정부에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정은 두 의사단체의 협의체 불참 결정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경북 국립의대 발언은 의대 증원과는 별개”라며 “대화를 이어가려면 정부가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도 중재 역할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날까지도 협의체에 전공의 등 의사단체의 추가 참여를 요청해 온 정부는 이날 말을 아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