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하고 있다. 2024.5.28. 뉴스1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사모펀드(PEF)와 일정 이상의 수익을 공유하는 언 아웃(earn-out) 계약을 통해 하이브 상장 시 4000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계약과 관련해서 위법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하이브 측은 즉각 “법적인 문제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에 일부 국내 PEF들과 언 아웃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 IPO가 불발될 경우 방 의장이 자신들이 보유한 하이브 지분을 되사주고, IPO에 성공할 경우 PEF들은 자신들의 매각 차익 30%를 방 의장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2020년 10월 하이브는 IPO를 실시했고, 방 의장은 PEF들이 벌어들인 수익의 30%인 4000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방 의장과 PEF들의 계약이 IPO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IPO에 앞서 증권신고서에 해당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금감원은 이에 대한 법리 검토에 돌입했다.
기획사 하이브와 그룹 ‘뉴진스’ 소속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충돌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2024.04.25. [서울=뉴시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IPO 이전에 이미 관련 내용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하이브 측 관계자는 “IPO 전에 주관사 4곳과 법률자문사 4곳 모두 ‘특정 주주 간 계약이어서 다른 주주에겐 어떠한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의견을 내 증권신고서에 기재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주관사와 법무법인 의견을 따라 모든 절차를 법에 따라 밟았다”고 했다. 하이브 측은 또 “방 의장은 차익금 대부분을 이후 하이브 유상증자 때 출자해 회사에 환입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 의장과 PEF와의 계약이 하이브 상장 이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하이브의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150%까지 급등했으나, 매도세가 몰리면서 일주일 만에 60% 가량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전에 이 같은 언 아웃 계약이 종종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악용해 특정 세력이 돈을 벌 수 있다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