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3차 전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감액 예산안을 의결한 예산소위 서면동의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예결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야당이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11.29 (서울=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예결위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한 건 사상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결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과 감사원, 검찰, 경찰의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 등의 감액만 반영한 수정안을 잇달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된 국회의 예산 심의권에 대한 회복이고, 국회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일”이라고 했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이재명 방탄용’ 예산안 단독 의결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제13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퇴장 속에 정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2024.11.29 (서울=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4조1000억 원을 감액해 단독으로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에는 대통령실과 검찰 특활비가 전액 삭감돼 반영됐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증액을 포기해서라도 권력기관에 대한 특활비 삭감 기조를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라고 반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입장문을 통해 “야당의 단독 감액 예산안은 국가의 기본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책임감 없이 민생을 저버리는 무리한 감액 예산안을 제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소관 특수활동비 82억5100만 원과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과 검찰청의 특정업무경비 506억9100만 원를 전액 삭감했다. 감사원에 대해서도 특활비 15억1900만 원과 특경비 45억1900만 원을 감액했다. 경찰 특수활동비 31억6700만 원도 전액 삭감했다.
정부가 4조8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예비비는 2조4000억 원으로 절반 감액했다.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대왕 고래프로젝트’ 관련 예산도 505억5700만 원 중 497억2000만 원 대폭 삭감했다. 서울 용산공원 사업비 416억6000만 원도 229억800만 원 감액했고,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고 지목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예산도 정부안 508억3000만 원에서 74억7500만 원이 삭감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의 분풀이를 위해 일방적인 특활비 삭감, 특경비 삭감을 하면 속이 시원한가”라며 “예산안을 갖고 국가·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께 필요한 예산을 검토하자는 약속을 헌신짝처처럼 버렸다”고 비판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의원도 “윗선(민주당 지도부)의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예결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예결위 회의에서도 민주당 소속 박정 위원장이 인사말을 요청했지만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정면만 응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12월 2일 본회의에서 자체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실제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당이 감액안을 바탕으로 향후 여야 원내 지도부 간 예산안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