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5월 첫 메시지 전송 실험 IT산업 발전 초창기 성공담 담아 ◇전길남, 연결의 탄생/구본권 지음/392쪽·1만8800원·김영사
TCP/IP 통신 방식은 지금도 인터넷 연결에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원래 이 방식은 미국의 연구 기관들이 서로 통신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은 세계를 통신으로 연결하는 도구다. 그렇다면 두 군데 이상의 나라에서 이 방식이 사용된 첫 시점인 1982년 5월의 그날은 인터넷이 우리가 아는 인터넷이 된 순간이라고 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관악산은 인터넷의 산신령이 살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 아닐까? 그 첫 번째 실험에서 서울대는 당시 경북 구미에 있던 전자기술연구소의 컴퓨터와 통신했다고 한다. 그러니 경북 구미는 조금 과장하자면 인터넷의 초창기 발상지 중 하나로 당당하게 언급해 볼 만한 도시다.
‘전길남, 연결의 탄생’은 바로 이 실험을 이끌었던 전길남 박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전 박사는 학술적으로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을 정도로 공적을 인정받는 학자다. 그 제자와 제자의 제자들이 한국 인터넷 산업 초창기에 큰 역할을 한 사람도 많아서 자주 언급된다. 그의 삶과 업적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 나온 것은 뜻깊은 일이다. 내용도 상당히 충실하다. 일본에서 태어난 전 박사가 어떻게 미국에서 공부했고 또 어떤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했는지 개인사와 인간적인 면모도 잘 서술돼 있다. 정보기술(IT) 산업과 한국 인터넷 문화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이 같은 책이 많이 나와서 한국의 발전 과정과 미래에 대해 깊이 토론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책은 아무래도 훌륭한 인물의 삶을 기념하며 쓴 책이라 좋은 이야기, 감동적인 사연 위주로 내용이 구성됐다. 앞으로 나올 한국 기술 산업을 돌아보는 책에서는 갖가지 실수한 이야기, 과학기술 발전을 방해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반성할 점이 있었다는 등 다양한 사연까지 다루면 더욱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책은 얼마나 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며, 또 얼마나 더 재미있겠는가?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