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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한때 우리는 우주를 떠돌던 원자였다

입력 | 2024-11-30 01:40:00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댄 레빗 지음·이덕환 옮김/478쪽·2만3000원·까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과학 서적이나 과학 유튜브를 탐독하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정말 신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만물은 원자로 구성돼 있고, 그 원자는 우주가 한 점이 ‘빵(빅뱅)’ 하는 순간에 동시에 똑같이 생겨났다는데, 그러면 그 ‘빵’은 어디서, 왜 발생한 건지. ‘빵’ 한 장소와 ‘빵’ 시킨 원인이 있었다면 ‘시작’이 아니잖아? 그런데 그게 왜 묘하게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라’와 닮은 것 같은지….

20년 넘게 과학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저자가 이런 궁금증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물론 궁극적인 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한날한시에 태어난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이 어떻게 우주를 이루고, 지구와 생명을 탄생시켜 왔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몸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게 됐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우리 몸에서 변환되는지 등등 그 장대한 여정과 인간의 탐구 과정을 담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저자도 말했듯이, 모든 것을 시작하게 만든 ‘빅뱅(Big Bang)’이란 이름이 사실은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이 팽창우주론(빅뱅 이론의 다른 이름)을 비아냥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라는 점이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빅뱅 가설을 반대하며 “그럼 우주가 크게 ‘빵(bang)!’ 하고 나타났다는 것이냐?”라고 비아냥했는데, 이 말이 워낙 유명해져 모두가 쓰는 용어가 됐다.

‘왜?’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 138억여 년 전 빅뱅까지 생각해 내고, 다시 이후 벌어진 많은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지적 능력은 경탄스럽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우주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던 원자들이 중력에 이끌려 회전하면서 태양과 행성이 형성됐다는 걸 펜과 잉크, 계산자로 증명하다니….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될 때 읽으면 상당한 자극이 될 내용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