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서 제트기-헬기 사용 본격화 2차 대전 이후 현대전 28건 분석 새 군사 기술-평가-교훈 등 다뤄 ◇컨플릭트/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앤드루 로버츠 지음·허승철·송승종 옮김/3만8000원·760쪽·책과함께
6·25전쟁 중 헬기를 사용하는 주한 미 해병대. 전투 지역에 병력과 보급품을 수송하기 위해 헬기가 사용된 첫 사례다. 책과함께 제공
신간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가자 전쟁까지 약 80년에 이르는 현대전 28개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와 영국의 군사사학자 앤드루 로버츠가 함께 썼다.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을 지휘한 스타 장군이기도 하다.
책은 전장에서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새로운 군사 기술과 무기의 등장, 군사 훈련 등 ‘전쟁의 진화’를 가져온 요소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모든 전쟁에 대한 포괄적 역사를 다룬 책은 아니다. 대전차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진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욤키푸르 전쟁, 대규모 탱크 공격 전술을 사용한 미국과 이라크 간의 걸프 전쟁 등은 다뤄도, 동일한 교훈을 주는 전쟁이나 소규모 게릴라전은 다루지 않았다.
또 6·25전쟁은 핵무기 개발 후 ‘상호 확증파괴’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제한전이 수행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 전쟁이라고 평가한다. 필사의 의지를 가진 시민군이 5개국의 연합군을 이긴 이스라엘 독립전쟁, 고전적 기습 전쟁인 6일 전쟁 등이 등장한다.
2023년 2월 돈바스에서 드론 조종법을 익히고 있는 우크라이나 육군 드론 조종사. 병력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드론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책과함께 제공
또 생각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 기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도 강했다. 절대적으로 물자와 군사력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문화적 제재 등 비폭력적 전쟁의 중요성도 커졌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이를 “20세기식 침공이 21세기식 방어로 저지됐다”고 평가했다.
전쟁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군사 전략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또 사이버 전쟁과 드론 등 최신 전쟁 전술에 대한 지식도 풍부히 들어 있어 흥미롭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