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몰락 원인 기존 통설 반박 기후위기 속 사회적 재앙 재구성 ◇몰락의 대가/티모시 브룩 지음·박찬근 옮김/336쪽·2만6500원·너머북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중국사 교수인 저자는 신간에서 명 제국을 몰락시킨 극단적인 곡물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기후’라고 단언한다. 명나라 말기 은의 유입과 화폐 공급량으로 인해 인플레가 촉발됐다는 기존 통설을 반박한 것. 그는 수백 개의 가격 데이터를 수집한 후 그 시점이 소빙하기 시기와 일치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자연 현상이 명 제국의 명운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명, 청, 민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약 3000권에 달하는 지방지와 수필, 일기, 회고록, 영국 동인도회사 장부 등을 모았다. 777건에 달하는 기근 시기 곡물 가격 자료를 추출해 쌀, 보리, 밀, 콩 등 곡물 종류별로 가격 추이를 추적했다. 물가를 기후 변화의 결과로만 해석하지 않고 명대의 물가를 기후 변화를 감지하는 대리 지표로 활용한 시도도 눈길을 끈다.
은 1푼, 1돈, 1냥으로 각각 살 수 있는 25가지 물건도 제시했다. 명대 대부분의 시기에 쌀 1두의 정상 가격은 은 3∼4푼이었지만, 소빙하기에 따른 기근 때는 은 10∼30푼으로 뛰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엄습한 현 시점과 당시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추천사에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기후의 힘을 보여 준다”고 썼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