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2년 3월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를 앞두고 “(조은희 의원 공천은) 내가 작업 다 해줬지. (서초구청장 중도 사퇴 때문에) 페널티 20% 때릴 거를 5%밖에 안 때렸잖아”라고 말한 녹음파일이 28일 공개됐다. 조 의원이 경선에서 감점을 덜 받도록 룰을 바꿔 줬다는 뜻이다. 명 씨는 “조은희가 딱 되고 나서 ‘(서울)시의원 공천(몫이) 2개 있는데 1개는 선생님 드리겠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류에도 구청장직에서 물러난 조 의원의 경선 참여를 놓고 당내에서 논란이 있었다. 조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조 의원의 남편이 대표를 맡은 법무법인에서 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 외에도 명 씨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김영선 전 의원은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에 도움을 준 대가로 명 씨에게 7620만 원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2022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컷오프됐다가 사흘 뒤 다시 경선 기회를 얻어 당선됐는데, 명 씨가 “사모님(김 여사)에 말해가 밤 12시 반에 해결했다”고 말한 녹취가 공개됐다.
여기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에도 명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후보 결정을 앞두고 오 시장의 지인이 명 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대선 여론조사를 의뢰한 PNR에 ‘김 여사에게 돈을 받아서 조사비를 주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도 있다. 여권 전반이 복합적으로 명태균 리스크에 휘말리고 있다. 철저한 의혹 규명만이 ‘명태균의 강’을 건널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