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11개 혐의 모두 무죄-면소 법원 “美선 3상 임상시험 마쳤는데 한국선 형사 소추로 수년간 재판” 업계 “신약개발 무지가 혁신 막아”
2020년 7월 재판에 넘겨진 뒤 4년 4개월 만에 1심 결과가 전부 무죄·면소(免訴·기소 면제)로 나오자 바이오 기술 발전에 대한 사법적 제한 범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11개 혐의 전부 무죄·면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명예회장에 대해 “(인보사 의혹과 관련한) 주요 쟁점들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의 쟁점은 이 명예회장과 임원들이 인보사 허가·제조·판매 과정에서 성분이 바뀐 것을 알고도 투자 유치 등을 노리고 고의로 FDA의 임상중단 명령을 숨겼는지였다. 이 명예회장 측은 “개발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이 회장 등이 상장 이전에 인보사 성분이 바뀌었다고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 허가 당시 서류상으로는 연골 세포로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신장유래 세포로 만든 제품으로 검사를 받았다는 점도 무죄 근거가 됐다. 안전성을 속이고 판매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객관적 자료를 제출한 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 이후 FDA가 재검토를 거쳐 인보사의 미국 내 임상 3상 절차 재개를 허용했고, 올해 7월 환자 투약을 마쳤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 재판부 “사법의 과학 통제 깊이 생각해야”
재판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식약처가 인보사의 제조와 판매를 중단시킨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그런데 그 이후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치와 진행 경과는 사뭇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티슈진은 미국에서 1000명 넘는 대규모 환자를 모집해 3상 임상시험을 마친 반면에 한국은 형사 소추가 이뤄져 수년간 형사 재판이 진행됐다”며 “(상급심의) 최종적 판단이 이번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과학적 분야의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업계는 “신약 개발에 대한 무지가 혁신 기술 개발을 막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졌던 2019년은 유전자 치료제가 막 한국에서 꽃피던 시기였다. 인보사 허가가 취소되면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시험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발전 속도에 맞게 규제 기관이나 사법부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오롱은 올해 7월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 3상을 끝냈고, 2027년 FDA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코오롱 측은 “현재로서는 국내에 재허가 신청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