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장기화] 의평원에 의대 예비 평가인증 신청 200명 규모로 2026년 출범 목표 의료계 “교수 확보 등 부실 우려”
이병운 순천대 총장(왼쪽)과 송하철 목포대 총장이 지난 14일 ‘대학 통합·통합 의대 추진’ 합의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목포대 제공) 2024.11.16
의대 증원을 놓고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남 지역 국립대인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 의대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29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 전날 예비 평가인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남은 세종과 함께 의대가 없는 두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3월 민생토론회에서 “어느 대학에 (신설)할 것인지 전남도에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대학 통합 후 2026년 3월 의대 신입생 200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집 인원은 인근 국립대 의대인 전남대가 의대 증원 후 200명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평원이 신설 의대 인증평가에 나서는 건 2000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이다. 1998년 제주대 의대가 생긴 후 26년 동안 의대가 신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평원 관계자는 “규정상 신설 대학은 인가가 나고 학생 모집 전까지 예비 평가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의대 신설 확정 이후 인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대학은 연말까지 교육부에 대학 통합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통합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정확한 의대 신입생 규모는 보건복지부 결정에 따라 확정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내년도 의대 증원을 재검토 중인 상황에서 의대 신설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또 전남 지역 의대 신설을 허가할 경우 정치권에서 표심을 염두에 두고 논의 중인 경북 의대, 충북 의대 신설 논의 등도 속도를 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으로 기존 의대도 교수진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의대를 신설할 경우 2018년 2월 폐교한 서남대 의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4년 전북 남원시에서 문을 연 서남대 의대는 부실 운영 논란에 시달리다가 의평원 평가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24년 만에 문을 닫은 바 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