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퇴화증’ 세 살 딸, 약값만 46억 치료비 모금 부산~서울 24일 대장정 시민들 “기적 일어나길” 13억 성금 “사랑아, 아빠 딸 돼줘서 고마워”
딸의 희귀병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880km를 걸어온 전요셉 목사와 딸 사랑 양, 아내 이상아 씨(왼쪽부터). 전요셉 목사 인스타그램 캡처
“사실 아빠는 슬프지 않거나 괴롭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세상에 와주고 아빠의 딸이 돼줘서 감사하고 행복해.”
희소병에 걸린 3세 딸의 치료비 46억 원을 모으기 위해 부산에서 국토대장정에 나선 한 아버지가 24일 만에 폭설을 뚫고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하루 평균 40km, 총 880km가량을 걷는 동안 시민들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충북 청주시 옥산면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전요셉 목사(33)는 이달 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출발해 대장정에 나선 끝에 29일 오후 2시 광화문에 도착했다. 그의 딸 사랑 양(3)은 현재 뒤셴근이영양증(DMD)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이는 근육이 서서히 퇴화해 나중에는 걸을 수도, 숨을 쉴 수도 없게 되는 병으로 여자아이는 5000만분의 1의 확률로 발병한다.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값이 46억 원에 달한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전 목사의 아내와 딸이 마중 나왔다. 전 목사는 “애 춥겠다”라며 사랑 양에게 핫팩을 쥐여줬고, 사랑 양은 전 목사의 등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이게 뭐야?” 물었다. 플래카드에는 ‘사랑아 널 위해 걸을 수 있어서 아빠는 참 기쁘다’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는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까지 시민들이 모아준 치료비는 총 13억7000만 원이다. 전 목사는 이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액 맡긴 뒤 치료에 지출하는 모든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사랑이를 위한 특별 후원 모금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는 “사랑이를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은 여정이었다”며 “굶지 말라고 애정 어린 걱정을 해준 과수원 할아버지, 운전을 하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전해준 아이 어머니 등 고마운 분들이 셀 수 없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