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 전국 보건소 261곳 금연클리닉 거주지 무관하게 누구나 참여가능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127일째 금연을 실천 중인 송모 씨(오른쪽)가 배성민 금연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상담을 마친 송 씨는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며 금연 의지를 다졌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만난 송모 씨(55)는 “23살부터 연초 담배를 피웠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끊을 수 없을 것 같아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금연클리닉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송 씨가 금연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금연을 시도했고 단기간 성공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금연기간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날까지 127일 동안 금연을 이어가고 있다. 금연클리닉에서 확인한 체내 일산화탄소 수치도 ‘0’이었다. 송 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나오면 갑자기 흡연 욕구가 치솟는다”며 “그럴 때마다 금연클리닉에서 받은 비타민 C를 먹거나 지압기를 사용면서 5분 정도만 참으면 욕구가 사라지더라”며 웃었다.
송 씨처럼 용산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금연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지난달 29일 기준 총 675명이다. 이들의 금연을 돕고 있는 금연상담사 배성민 씨(29·여)는 수신에 동의한 284명에게 매주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금연을 독려한다. 문자 메시지는 “모든 좋은 변화에는 저항과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누군가 담배를 권하더라도 웃으며 ‘금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해보세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5년여 간 금연 관련 상담을 해 온 배 씨에 따르면 흡연자가 혼자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률은 5% 미만에 그친다. 배 씨는 “6개월 간 금연한 후 다시 담배에 손을 대 금연클리닉을 찾은 분도 있다”며 “금연 중 잠시 흡연을 했더라도 ‘금연 실패’로 단정짓지 말고 다시 금연 기간을 늘려나가는 등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개발원)은 2004년부터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 보건소 261곳에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상담서비스, 금연 보조제 지원 등 다양한 금연 사업을 추진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금연클리닉은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희망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과 외국인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기존에 다른 보건소나 병원에서 금연 약물치료를 받았거나 금연 캠프를 이용한 사람은 약물 중복 처방을 방지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복지부와 개발원은 ‘찾아가는 금연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평일 금연클리닉 방문이 어려운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금연상담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연 유지를 위한 전화, 문자 등 비대면 상담도 진행한다.
● 코로나19 이후 금연 결심 45% 증가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금연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2021년 14만6000여 명까지 감소했던 금연클리닉 등록자는 지난해 21만1000여 명으로 45% 가량 늘었다. 이 중 20만9000여 명이 금연을 결심했다. 4주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도 14만6000여 명에 달했다. 정주연 개발원 지역금연팀장은 “성인과 청소년 흡연율은 감소 추세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액상형 전자담배도 건강에 해로우니 연말 술자리에서 담배까지 피우며 건강을 해치지 말고 금연클리닉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2018년 서울의 한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통해 금연을 시작한 후 6년째 금연에 성공한 직장인 김모 씨(37)도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씨는 “상담 일정이 잡혀 있는 것만으로도 금연에 많은 동기 부여가 된다”며 “헬스장에서 개인 수업을 받을 때 다이어트가 잘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