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플라스틱 종식을 뜻하는 ‘END PLASTIC’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11.24. 뉴시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협상이 마지막 날(1일)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원료 물질인 폴리머 생산 감축을 두고 각국 정부 대표단 의견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규제’ 관련 선언적 수준의 협약문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 협상 자체를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달 25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협상위는 1일 종료된다. 이번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전(全) 주기에 걸친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2년간 각국 대표들이 논의를 이어왔고 계획대로 추진하면 이날까지 협약문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공급 문제부터 화학물질 규제, 제품 디자인·설계, 재활용·수리, 자금 지원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뤄왔다. 이 가운데 폴리머 생산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유럽연합(EU)과 이에 반대하는 중동 산유국 및 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하게 부딪히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산유국 등은 생산 뿐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에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 등도 협약에 담기지 않길 바라고 있는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회의를 지연시키는 전략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안에 모두 반발하는 국가도 있어 협약 성사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발비디에소 의장은 협상 마지막날인 1일 새롭게 5차 절충안을 제시해 어떻게든 협약문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각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참가국의 일정상 1일 어떤 형태로든 합의문이 도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동 산유국 및 러시아가 ‘생산 규제’ 관련 문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협상 마지노선이 다가올 수록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산유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폴리머 생산 관련해선 선언적 수준으로 ‘감축 필요성’을 담되, 협약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별도 기금을 조성하자는 산유국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폴리머 생산 관련 발비디에소 의장의 3차 중재안에 담겼던 ‘전 주기에 걸쳐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정도의 문구가 담긴 합의문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합의문이 의미가 있느냐”는 입장을 가진 나라도 적지 않아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회의 성격상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INC 관계자는 “협상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생산 감축이 빠진 ‘나쁜 협약’을 만들 바에는 협약이 성안되지 않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새롭게 제안된 중재안은 협약 성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각국 정부 대표단은 형식적인 협약을 거부하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