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햇와인) 행사가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열렸다. 매년 9월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의 포도를 4∼6주 짧은 숙성을 거쳐 내놓기 때문에 이 와인은 깊은 맛보다는 풍부한 과일 향과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밤 12시를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보졸레 누보 행사가 시작된다. 19세기부터 있어 왔다고 전해진다. 와인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리옹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파리에서도 주문이 몰리면서 전후 어려웠던 보졸레 지역 농촌 경제에 큰 보탬이 되었다. 보졸레 와인의 인기를 더한 것이 보졸레에서 파리까지의 배송 경쟁인데 손수레, 코끼리, 마차까지 동원되는 모습이 전 세계 언론에 소개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13km를 이색 복장으로 달리는 보졸레 마라톤이 해외 토픽에 소개되고 있다.
보졸레 누보의 출시 날짜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1937년 보졸레가 처음 AOC로 지정되었을 때는 와인 맛의 안정을 위해 12월 15일로 정했다가 1951년 보졸레 와인 생산자 협회에서 11월 15일로 출시일을 바꾸었으며 현 출시일은 1985년 보졸레 지역의 유명 생산자인 조르주 뒤뵈프(Georges Duboeuf)가 제안하여 받아들여졌다. 보졸레 누보는 50곳 이상의 와인 생산지에서 생산된다. 리옹 지역 레스토랑들은 오크통째 받아 작은 유리병인 피처에 담아 서빙하기도 한다. 파리의 카페, 비스트로에서도 12월 말까지 즐길 수 있다.
조만간 파리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옛 파리 중앙 시장이 있던 샤틀레레알에 위치하며 돼지 족발과 훈제 가공햄 샤르퀴트리, 굴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 피에 드 코숑에 들러 질 제랑 도멘을 맛볼 것을 권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선호한다면 11구의 야드 카브(Yard Cave) 와인 바에 들러 유명 내추럴 와인 생산자인 시릴 알론소가 만든 ‘위 아 영(We Are Young)’을 즐길 것을 추천한다. 한국에서는 통영산 굴과 함께 즐길 것을 권한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