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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탄선물 준다더니 20일 만에 ‘빈손’ 종료한 여의정협의체

입력 | 2024-12-01 23:24:00

이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에 정부 관계자와 국민의힘 의원,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협의체 회의에서 의료계는 정부 측에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제한 등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동아일보DB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1일 “정부와 여당이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다”며 여의정(與醫政) 협의체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협상 재개의 여지를 남겼지만 의료계의 반대 속에서도 참여한 의사단체 2곳 모두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재가동되기는 당분간 어려워졌다. 의정 갈등 9개월 만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은 협의체가 회의 4번을 열고 출범 20일 만에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난 것이다.

지난달 11일 협의체 출범 당시 여당 측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성탄절 선물을 안겨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의대 정원은 추진한 대로 됐다”고 못 박았다. 협의체 출범을 제안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역 의대 신설을 강력 지지한다’고 공언하며 의료계 반발을 자초했다. 결국 대한의학회 등이 제안한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중단 등은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의체 참여는 거부한 채 수시 합격자 발표를 앞둔 가운데서도 ‘올해 모집 중지’를 고집했다. 협의체가 허무하게 파국을 맞은 데에는 여의정 모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번 협의체 중단으로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 문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직 전공의는 이미 절반이 일반의로 취업한 데다 신규 배출 전문의가 대폭 감소하는 탓에 필수의료 대란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병원은 교수와 전임의들마저 업무 과중으로 떠나고 있다. 의대생들은 캠퍼스 복귀는커녕 내년 신입생들에게 수업 거부 동참을 요구하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협의체 중단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고, 고위 관계자가 “(내년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고 타협이 불가능하다. 협의체가 파행되더라도 바꿀 수 없다”고만 했다. 의정 갈등이 이 지경에 이른 한 원인을 짐작하게 만든다.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불씨조차 살리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의료계의 무책임에 새해 인사가 ‘아프면 큰일 난다’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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