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20년 12월 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2.09. 뉴시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을 속여 제조·판매한 혐의로 형사 고발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진 등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학기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검찰의 기소 만능주의 행태에도 일침을 가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주 약사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받는 이 회장과 경영진 모두를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판매 허가를 받을 때 ‘연골유래 세포’라고 신고했던 성분이 나중에 신장(腎臟)유래 세포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경영진인 이 회장 등이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이 1999년 개발을 시작한 인보사는 2017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년 뒤인 2019년 미국의 임상 3상 시험 중 신고 내용과 다른 성분이 확인되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시험을 중단시켰다. 그러자 식약처는 곧바로 판매 허가를 취소했고, 검찰은 이 명예회장과 임원진을 수사한 후 기소했다. 이후 지금까지 인보사의 국내 생산, 판매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검찰의 편의적 기소로 인해 세계 아홉 번째, 국내 1호 유전자 치료제로 각광받던 신약은 만신창이가 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검찰에서 중형을 구형받은 기업인들에겐 ‘부도덕’의 낙인이 찍혔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수십 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신약 개발은 한국에서 씨가 마를 것이다. 검찰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지적에 깊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