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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추위에 지진 겪은 아이들…한국이 보내준 패딩 입고 좋아해”[콜렉티브 임팩트 ⑦]

입력 | 2024-12-03 10:00:00

굿네이버스-협력 기업-현지 정부 ‘콜렉티브 임팩트’로 물품 후원
무신사·에프앤에프·휠라코리아 등 의류·식량 기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이재민 등 재난 발생 현장에 지원




환경·교육·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등장했습니다.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여러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2024년 5월 튀르키예 말라티아 창고에서 진행된 물품 배분 및 복구 현황 모니터링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힌 2023년 2월 6일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주민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새겨진 날이다.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일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력한 대지진은 약 5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도시를 마비시켰다. 이재민은 2300여만 명에 달했다.

튀르키예 말라티아 지역에 거주하던 아흐메드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상황이 급박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두고 나왔다. 가족과 함께 컨테이너 촌에 왔는데 너무 좁고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제빵사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던 아흐메드 씨는 지진으로 팔을 다쳐 더 이상 빵을 만들 수 없게 됐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촌의 지진 피해 가정 모두가 어려움에 처했다. 지속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슬픔에 빠진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한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국내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현지에 긴급구호팀을 파견해 구호 물품 배분 및 쉘터(대피소) 지원에 나섰다.

단체는 현지 정부와 협력해 피해 상황과 주민 필요 물품 리스트를 확인했다. 이후 협력 기업들과 물품 후원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그리티·무신사·에프앤에프·휠라코리아 등 21개 협력 기업은 삶의 보금자리가 무너져 혹한의 추위를 겪던 이재민들을 위해 지난해 260억 원 상당의 방한용품, 의류, 식량 등을 기부했다. 기부 물품들은 튀르키예 8곳과 시리아 3곳에 배분돼 약 8만680명의 이재민에게 전달됐다.

아흐메드 씨는 “형제의 나라 한국이 준 소중한 관심과 후원이 실제 생활에서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마음에도 희망을 줬다”며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튀르키예 아디야만 지역에서 지진을 경험한 케난 씨는 “역사상 가장 추운 겨울일 때 지진이 닥쳤다. 사람들은 옷과 식량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옷을 선택할 정도였다. 밤에는 옷을 겹겹이 입고 잤다. 친구들과 재킷을 나눠 입기도 했다”며 “한국이 보내준 질 좋은 겨울 의류에 너무 감사했다. 특히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색상의 패딩을 받고 정말 좋아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현지 협력 기관 창고에 적재된 굿네이버스 긴급구호 및 재건복구사업 물품.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체감 영하 10도의 추위를 견뎌야 했던 주민들에게 방한용품을 신속하게 전달하고자 기존의 해상 운송 방식 대신 항공을 통한 운송을 택했다. 현지에 도착한 물품들은 협력 기관 창고에 적재됐다.

기부 물품들이 제대로 쓰이지 않거나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해 지역별로 사전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현지 협력 기관 직원 알리 씨는 “기존에 있던 담요를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 배분했는데 수혜자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더니 그들이 담요를 덮지 않고 불쏘시개로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 뒤로는 더욱 확실히 수요를 기반으로 한 물품 배분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피해 이재민 대상 물품 배분 사업이 진행되는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수혜자를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지역 정부로부터 피해 가정의 경제 상황 등이 담긴 리스트를 받았다. 이후 직접 해당 가정에 방문해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배분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이재민들이 물품을 수령할 시 신분증을 제시토록 하고, 수령 여부 시스템에 해당 이재민을 입력했다.

이재민들을 존중하고자 기존의 단순 직접 배분이 아닌 ‘바우처(쿠폰) 지급형 배분’을 실시했다. 굿네이버스는 가족 구성원 수와 장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알맞은 양의 바우처를 지급했다. 바우처를 받은 이재민들은 ‘상점형 배분 창고’에서 바우처를 내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수혜자 성별·연령대를 고려한 대상 맞춤형 배분도 이뤄졌다. 현지 자원봉사자 무스타퍼 씨는 “후원 기업에서 보내준 속옷과 잠옷 등을 모아 ‘신혼부부 키트’를 만들어 지진 피해 지역의 갓 결혼한 부부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류 질이 상당히 좋아 수혜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지진 발생 당시 도시가 전부 파괴돼 피해자들이 속옷을 구매하거나 갈아입을 여유가 없었다 보니, 속옷을 보내준 것에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굿네이버스는 지진 피해 현장을 다시 방문해 배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협력 기업들에 결과를 공유했다. 물품 기부를 통한 현장의 변화를 경험한 기업들은 추가 기부 및 정기 후원을 결정했다. 무신사·에프앤에프·휠라코리아 등 3개 기업은 올해 약 150억 원을 후원했다.

2023년 12월 튀르키예 말라티아 창고에서 진행된 물품 배분 모니터링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전쟁·추위에 떠는 주민들에…따뜻함 전달
굿네이버스는 튀르키예-시리아 외에도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지역들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전쟁의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2022년 러시아 침공 직후부터 현재까지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굿네이버스 협력 기업인 무신사·세바스토리 등은 46억 원 상당의 동계 의류, 신발, 아동 양말 등을 후원했다.

루마니아 협력 기관 담당자 코넬료 씨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지속돼 여전히 물품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지나며 전쟁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지원도 줄었지만, 굿네이버스는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물품을 지원해 현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취약 계층에도 물품을 후원했다. 2022년 11월 잠비아 정부와 협력해 동계 의류 배분 사업을 시행했다. 무신사가 동계 의류 6억 원 상당을 기부했다.

의류 배분에 나선 잠비아 교육부 담당자는 “잠비아에는 겨울이 없지만, 건기에는 밤새 떨 만큼 추운 날씨가 이어진다”며 “아프리카는 덥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동계 의류 지원이 항상 부족했는데, 이번에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나눔이 이뤄져 매우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2024년에도 후원 이어가…남수단·무국적 고려인 지원
올해는 해외 10개국에 16회에 걸쳐 물품 후원이 이뤄졌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튀르키예, 남수단 등 다양한 국가에 길이 40피트(약 12m) 컨테이너 67대 분량의 기부 물품을 전달했다.

남수단 재건지원단 한빛부대와는 ‘인도주의적 공여 물자 배분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빛부대는 의류, 신발, 학용품 등 후원 물품이 남수단 취약 계층에 전달되도록 4년간 해상 운송을 지원한다.

굿네이버스는 생활이 어려운 무국적 고려인들을 위해 후원 캠페인을 펼치며, 무신사가 후원한 4억 원 상당의 의류를 전달하기도 했다.

단체는 유엔 인도적지원 물류센터(UNHRD, United Nations Humanitarian Response Depot) 콘퍼런스에도 참석하며 국제 사회와 인도주의적 협력을 강화했다. UNHRD는 재난 발생 지역에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호 물품을 비축해 둔 창고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물품 후원 진행

상점형 창고 배분 사업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기업 물품을 국내 사업장 및 해외 사업국에 매칭하는 ‘현물 기부 사회적공헌활동(CSR)’을 펼친다. 자체 창고 및 인력 운용을 통해 컨테이너 100대 분량의 현물 기부 사업이 가능하다. 국내 81개 지부 133개 사업장, 해외 41개국 207개 사업장뿐 아니라 업무협약(MOU)을 맺은 배분 협력 기관들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현지 정부의 면세 승인을 받아 물품을 운송한 뒤에는 정부 부처와 협력해 체계적으로 수혜자를 선정한다.

김한결 굿네이버스 물품후원팀장은 “튀르키예 긴급구호 이슈를 계기로, 양질의 물품을 대규모로 후원하려는 움직임이 대형 의류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해졌다”며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공시 의무화에 따라 자원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방안으로, 물품 기부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돕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전문적인 사회복지사업과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활발히 펼치면서 기부 물품을 국내외 필요한 곳에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물품 배분 사업으로 사회적 임팩트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물품 기부를 희망하는 기업과 함께 다양한 국내외 배분 사업에 대한 ‘콜렉티브 임팩트’를 만들어 간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