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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산 전초기지 구미, 美 ‘로켓시티’와 협력 나서

입력 | 2024-12-02 03:00:00

현지 무역협회와 MOU 체결
워싱턴서 열린 육군 전시회 방문… 방산 시장 동향-첨단기술 등 살펴
천궁 미사일 등 생산하는 구미산단… 3년간 5602억 원 방산 투자 유치
“K국방 신산업 수도로 도약할 것”



10월 15일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 시청에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오른쪽)이 토미 배틀 헌츠빌 시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 시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이곳 커밍스 연구단지를 둘러보고 첨단 방위산업 생태계를 확인했다. 구미시 제공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을 단장으로 한 구미시 대표단은 10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전시회(AUSA 2024)’를 찾아 세계 방위산업 시장 동향과 최신 신기술을 확인했다. AUSA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산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는 90여 개국, 750여 기업이 우주와 항공, 방산,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해 레이시온(RTX), 보잉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첨단 장비를 공개했다.

구미시 대표단은 ‘로켓시티’로 불리는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도 방문해 지역 상공회의소와 북앨라배마국제무역협회(NAITA), 미국항공우주국(NASA) 마셜우주비행센터, RTX 헌츠빌지사 등의 방산 관계자와 토미 배틀 헌츠빌 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구미시는 NAITA와 방위산업 육성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방산 박람회와 포럼, 세미나를 통해 양 지역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글로벌 방산기업을 육성하자고 약속했다.

구미시는 이번 AUSA 참가를 계기로 ‘K국방 신산업 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주선 구미시 반도체방산과장은 “MOU 체결을 발판 삼아 첨단 방위산업 육성과 국방 연구개발(R&D) 발전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방위산업 전초기지로 부상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유도무기, 감시정찰 국내 최대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최근 천궁-Ⅱ 미사일 등 국내 핵심 무기가 생산되는 방위산업 전초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천궁-Ⅱ 미사일은 최첨단 성능을 인정받아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와 각각 4조 원대 수주 계약이 체결됐다. 최근에도 이라크에서 3조 원대 규모로 수주하는 등 K방산 수출 호황을 이끄는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 미사일은 15∼40km 높이의 중고도에서 적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 방어용 요격 체계다. 유도탄과 레이더는 구미의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생산한다. 또 올해 5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한국형 사드’인 L-SAM 또한 구미의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이 생산하면서 구미시가 ‘대한민국 아이언돔’의 메카로 떠올랐다.

방위산업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26일 수중 감시 정찰의 핵심 장비인 소나(음파탐지기) 시험 능력 향상을 위해 구미하우스에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수조 시험장을 준공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 과업 가운데 하나인 핵추진 잠수함 등을 탐지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시설이다. 충수량 약 5400t인 수조 시험장은 소나의 핵심인 수중 음향 센서 개발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투자 결정 이후 소나 체계 수출을 고려해 기존 계획보다 일부 시설과 설비 사양을 증설했다. 조성일 LIG넥스원 해양연구소장은 “원거리 위험 세력을 탐지하고 정확하게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소나 체계를 안정적으로 개발해 공급하려면 성능 검증을 위한 대형 수조가 꼭 필요하다”며 “시험장 구축이 대양 해군의 꿈을 실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최근 3년간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체계기업 및 삼양컴텍, 우리별, 빅텍, 제노코, 알에프코어, 신보 등 방산 중소기업과 총합계 5602억 원의 투자 MOU를 체결해 방산 경제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 K국방 신산업 수도 꿈꾸는 구미

구미시는 올해 6월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기회 삼아 방산 분야 세제, 재정 지원을 하는 등 투자 유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업 애로사항 해결, 방산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지원사업, 구미국방벤처센터 기술이전 지원사업 등 방산기업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따라 최근 반도체(SK실트론, LG이노텍 등), 방산(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이차전지(LG-HY BCM, 피엔티 등) 등 첨단 산업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세부 지원이 구체화하면 세제 및 재정 지원, 규제 특례, 정주 여건 개선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선정된 방산혁신 클러스터는 2027년까지 국방 유무인 복합체계 특화 방산 연구 시험 인프라 구축, 요소 기술 개발과 방산 전문인력 양성, 국방 신기술 사업화 지원, 국방 창업 및 방산 진입 지원 등 지역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10가지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낙동강 무인수상정 테스트베드(시험 환경)와 내년 완공 예정인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환경 신뢰성 시험동, EMC 시험동)는 기존의 방사청 방산기업 원스톱지원센터, 국기연 구미국방벤처센터·전자부품사업단, 기품원 유도탄약팀, 국립금오공대, 경운대,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 산·학·연·관 인프라와 함께 ‘연구개발-부품개발-시험·인증·평가’ 전주기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시는 국방 R&D기관과 방산 특화단지 유치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중소기업 성장 지원 체계를 구축해 ‘K국방 신산업 수도 구미’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시장은 “미래 신성장동력인 방위산업을 집중 육성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방 시대를 선도하는 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