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 대단지 거래 가능 전세 매물 0건 전세수요↑·갱신청구권·다주택자 규제 결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6.11/뉴스1
울산, 창원 등 몇몇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시장의 전세 수요가 느는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 다주택자 감소 등 각종 원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지방 아파트, 전세 수급 ‘불균형’…“전셋값 더 오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0.10.25./뉴스1
이는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 아파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울산의 대표 단지 중 하나인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597가구)는 현재 시장에 나온 전세매물이 전용 110㎡(43평) 한 개에 불과하다.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해당 매물은 집주인이 전세와 매도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실제 계약이 가능한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거래 가능한 전세 매물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유니시티는 인접 4개 단지 총 6100가구의 전세 매물이 10건에 그쳤다. 전체 가구수 대비 0.16%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전세 수급이 깨지면서 이들 지역 모두 전셋값이 뛰고 있다.
울산 남구와 창원 의창구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10주, 1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방의 내년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3만 가구 감소한다”며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계약갱신청구권·다주택자 규제 등 시장 악재로 작용
전문가들은 지방 아파트 전세 가뭄의 원인 중 하나로 실수요의 태도 변화를 꼽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기 실수요가 매매에서 임차로 돌아섰고, 여기에 낮은 전세 대출금리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겹규제도 이를 부추겼다.
대표적인 게 계약갱신청구권이다. 의창구 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2년에 한 번씩 나오던 전세 매물이 이제는 4년마다 나오는데 매물이 주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기축 아파트 시장에 전세 공급을 책임지는 다주택자가 줄어든 점도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다 1채로 바뀐 사람은 18만 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전세 공급자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말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지금의 정부 정책은 이른바 서울 등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긴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중과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