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플라스틱 종식을 뜻하는 ‘END PLASTIC’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11.24.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이 결국 무산됐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자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는 협상 마감 시한을 1일에서 2일로 연장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원료 물질인 폴리머 생산 감축 등 주요 쟁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반대했고 회의는 이날 오전 3시경 성과 없이 종료됐다. 협상위는 내년 추가 회의를 개최하고 협상을 지속해나갈 방침이다.
● ‘생산 규제’ 산유국 반대에 막혀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이번 협상위는 지난달 2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각국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이후 열린 마지막 회의였다. 전 세계 178개 유엔회원국 정부대표단 등 3000여명이 참석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규제 협약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협상 무산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회의 마지막 날인 1일까지도 ‘플라스틱 생산 규제’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협상위를 이끄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5차례에 걸쳐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막판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2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 외에도 플라스틱 제품과 우려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국가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예상보다 전향적 입장을 보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생산 규제 조항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 “소수가 대다수 국가 노력 가로막아”
소수 산유국 탓에 협상에 진전이 없자 일각에서는 투표로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 문구를 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협약 체결 후 세부사안을 정하는 첫 당사국 총회 때 폴리머 생산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전 세계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자’는 문구를 넣자는 제안을 지지한 국가가 100여 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각종 국제 환경협약이 사실상 만장일체제로 채택돼왔다는 점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언적 형태의 합의문이 나오고 추후 세부사안을 정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지만 결국 무산됐다”며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의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기도 한만큼 내년 추가 회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