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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같은 물건 보냅니다”…소방서에 손도끼 보낸 80대 男 왜?

입력 | 2024-12-02 09:42:00

허형래 씨(85)가 안산소방서에 보낸 손편지와 손도끼.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수십 년 간 사용한 제 손때 묻은 손도끼를 전해드립니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안산소방서에는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안에는 정성스럽게 적은 손 편지와 함께 손도끼가 들어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허형래 씨(85)였다. 80대 예비역 원사인 허 씨는 자신이 군 복무 시절 애지중지 아끼며 사용하던 손도끼를 감사편지와 함께 안산소방서에 보냈다.

편지에서 허 씨는 “며칠 전 안산 모텔 상가 화재 시 52명의 인명피해를 막은 소방관님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용맹스럽게 손도끼로 유리창을 깨고 인명을 구조한 박홍규 소방관님의 행동이 아름답다. 제가 구입해 사용하던 손도끼를 보내니 필요할 때 사용해주면 고맙겠다”고 적었다.

허 씨는 편지와 함께 애장품인 손도끼를 보낸 것에 대해 “도끼를 이용해 대형 인명피해를 예방한 소방관분들게 깊은 감동을 받았고 동두천에 사는 경기도민으로서 든든함과 감사함을 느꼈다”며 “수십 년 전 중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손도끼가 경기소방에 유용하게 사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안산소방서에 전달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허 씨는 지난 1962년부터 1996년까지 35년간 육군 야전부대와 육군본부에서 군 복무를 하다 육군 예비역 원사로 전역했다. 수십 년 전부터 군 생활과 가정에서 손도끼를 자주 사용해 자신에게는 분신과도 같다고 손도끼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소방은 편지와 손도끼를 보낸 허 씨를 직접 찾아 감사인사를 전달하고 손도끼를 12월 개관 예정인 경기소방 역사사료관에 전시물로 보존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17일 새벽 안산의 한 6층짜리 모텔 상가 화재가 발생했지만, 출동한 안산소방서 구조대가 도끼로 층별 계단에 있는 창문을 깨면서 열기와 연기를 밖으로 분출했고 이로 인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데 성공, 단 한명의 사망자 없이 대형 인명피해를 막았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