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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손가락 날리며 수어 조롱” MBC 드라마 제작진, 결국 사과

입력 | 2024-12-02 09:28:00

‘뫼 산’ 수어 통역(위 사진)·수어를 희화화한 극중 장면. MBC 드라마 캡처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측이 수어 희화화 논란에 사과했다. 드라마 첫 회에서 ‘뫼 산’(山)을 뜻하는 수어 표현을 ‘가운데손가락(욕설)’을 날리는 데 빗대면서 수어통역을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시청자 게시판에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뤄 농인들과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다만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달 22일 방영된 드라마 1화 초반에 나온다. 수어 통역사 홍희주(채수빈)가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이라는 단어의 수어가 반복돼 송출되는 방송 사고가 일어났다. 화면이 전환된 뒤 극중 앵커 나유리(장규리)는 홍희주를 향해 “이거 산이죠? 뫼 산?”이라며 가운데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웃어보였다. 이어 나유리는 “잘했어요, 통역사님. 안 그래도 막 피디가 ‘야, 야’ 거리는 거 꼴보기 싫었는데 제대로 먹여 줬네요, 엿. 아니 그러니까 뫼 산”이라며 조롱하듯 말했다.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유감을 표하는 글이 게재됐다. 한 시청자는 “아나운서가 수어 통역사에게 두 손으로 중지를 세워보이며 웃는데 뒤에 깔린 배경음악을 들어보면 굉장히 장난스럽고 재미있어 보이는 장면으로 의도한 게 분명하다”며 “정말 모욕적이고 당황스러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째서 이게 개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참으로 곤혹스럽다”며 “신이 난 아나운서를 보며 참담한 심정이 돼 통역사에게 몰입하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중앙대 수어동아리 ‘손끝사이’는 26일 논평을 통해 “농인들의 고유한 언어로서의 수어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무례를 넘어 차별과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 수어는 손가락 욕과 수형이 다르고 청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돼 오며 농인에게는 트라우마와 같은 수어 단어”라며 “단순히 소재로 소비하기 전에 농당사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