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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공간 내줬을 뿐인데”…편의점 앞 쌓인 눈 전부 치운 굴착기 기사

입력 | 2024-12-02 14:01:00

폭설이 내린 날 굴착기 기사가 식사 공간을 마련해준 편의점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제설 작업을 돕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a.precious_day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날 굴착기 기사가 식사 공간을 마련해준 편의점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제설 작업을 도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경기 화성시 산업단지 인근에서 부모님이 편의점을 운영 중이라는 A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연을 공유했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저녁 부모님을 대신해 편의점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는 “폭설 때문에 주변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았고, 우리 편의점도 겨우 문만 열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 씨가 혼자 삽으로 편의점 앞 눈을 치우는데, 굴착기 기사 한 명이 찾아왔다. 기사는 라면과 도시락을 구매한 뒤 “먹고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편의점 야외 취식 공간은 전날부터 쌓인 눈으로 무너진 상태였다고 한다.

A 씨는 물건이 쌓인 테이블을 치운 뒤 자신이 앉았던 계산대 의자를 기사에게 내어주며 식사하게 했다. 그는 “하루 종일 작업 하시느라 밤늦게 식사하러 오신 분을 그냥 보내드릴 수 없어 카운터 의자를 내어드렸다. 저는 조금 서 있으면 됐다”고 했다.

폭설이 내린 날 굴착기 기사가 식사 공간을 마련해준 편의점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제설 작업을 돕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a.precious_day

식사를 마친 기사는 “눈 좀 치워드릴게요”라며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 하나 만들어주시겠지’ 생각했던 A 씨는 깜짝 놀랐다. 기사는 편의점 인근 도로와 주차장에 쌓인 눈을 모두 치우는 중이었다.

A 씨는 감사한 마음에 커피와 유자차, 과자 등을 챙겨 기사에게 건넸다. 기사는 “돈 받으려고 그런 것 아니다. 덕분에 편하게 먹었다”며 30여 분간 제설 작업을 하고 떠났다.

A 씨는 “폭설 속에서 인류애를 충전했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며 “겨우 식사 공간 마련해 드린 정도로 이런 호의를 받아도 되는지 너무 감사했다. 사소한 친절을 베풀었는데 엄청 큰 친절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주전부리를 챙겨드렸는데 턱없이 부족한 것들이라 홍보라도 되시라고 영상을 만들어 올려본다”고 덧붙였다.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조회수 약 179만 회를 기록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기사님도 멋지지만 먼저 호의를 베푼 A 씨도 멋지다” “기사님 ‘돈쭐’(돈으로 혼쭐) 나시길 바란다” “포크레인 출장비 최소 60만 원이다. 정말 감사하다” “눈 폭탄이라 일거리 넘치셨을 텐데 저렇게 도와주시다니, 역시 친절은 돌고 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